죽기 전에 해야할 일
유시민 작가의 '어떻게 살 것인가?'라는 책을 읽은 후, 최근에 죽음에 대한 생각이 많아졌다. '대략 인간의 수명이 80세라고 할 때 마지막 9년은 병든 상태' 라는 문구가 가슴을 후벼팠다. 인간 수명 80세라고 하니 내 나이도 어느 덧 인생의 절반을 향해 가고 있었고, 그렇게 생각하니 '반이나 살았는데 난 뭘 했을까?'라는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었다. 그리고 나보다 살 날이 얼마 남지 않은 부모님의 나이를 생각하니 또 마음이 아팠다. 갑자기 무서워졌다. 인간의 인생이 이렇게 짧은데, 나는 이제 반 정도 살았고, 지금까지 살아온 날이 정말 짧게 느껴지는데 앞으로 살 날도 정말 짧겠구나. 윽, 죽기 싫다.
꽃보다 할배
어제 저녁 티비를 켜니 꽃보다 할배가 나왔다. '인생 노년기에 세계여행을 하는 할배들이 참 복 많으시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정확한 표현이 기억나지 않지만 이순재씨가 이런 표현을 했다. "(죽기 전에) 이런 멋진 풍경도 보고 좋네" 순간 80년 넘게 사신 할배들은 죽음에 대해 어떤 생각인지 궁금해졌다.
그런 생각을 하니 또 죽음에 대한 두려움이 올라왔다. '제길.. 그래도 뭐, 죽으면 생각도, 감정도 없어지니 무서움도 없어지긴 하겠지' 그런데 죽는다고 생각하니 아내가 떠올랐다. 내가 먼저 죽어도 아내가 슬플 것 같고, 아내가 먼저 죽으면 내가 못 견딜 것 같았다. 이렇게 별 생각을 다 하게 만드는 죽음은 정말 나쁜 놈이다.
죽을 때가 아니라 지금
갑자기 정신이 번쩍 들었다. 죽을 때 생각해서 걱정하자니 이렇게 계속 살면 진짜로 죽을 때, 그저 죽을 걱정하며 산 기억 밖에 남지 않을 것 같았다. 생각이 바뀌었다. '죽음이 두렵지 않고, 아내랑 이별하게 되는 걸 두려워하지 않을, 그런 삶을 살자' 이렇게 살려면 어떻게 해야할까? 지금부터 아내랑 질릴 때까지 이것 저것 다 해봐야 할 것 같다. 질릴 때까지 아내와 추억을 쌓으면 아쉬움 없이, 미련 없이, 웃으면서 저 세상으로 갈 수 있지 않을까?
먼 미래의 죽을 때를 생각하며 지금을 보내는 게 아니라, 지금 아내와 신나게 추억을 쌓을거다. 뭐, 별거 아니다. 인생을 즐기거나 신나게 추억을 쌓는 게 해외여행을 가거나 나가서 뛰어 노는 것만을 얘기하는 건 아니다. 밀폐된 방에서 신나게 방귀를 뿡뿡 껴보기도 하고, 까르보나라를 흡입하다가 태어나지도 않은 아이 교육 문제로 말싸움 하기도 하고, 하루 12시간 넘게 집에서 넷플릭스 보기도 하는 것도 지금 순간을 즐기는 방법이다. 그저 지금 순간을 생기있게 사는 것. 그렇게 사는 걸 말하는 거다.
글을 쓰고보니 이 글의 첫 문장이 유시민 작가의 '어떻게 살 것인가?' 인데, 마지막 문구는 이에 대한 답으로 끝내야겠다. 지금 이 순간을 생기있게 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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