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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마 스크루테이프가 조카 웜우드에게 보내는 네 번째 편지

 네 번째 편지에는 감정과 생각에 대한 내용이 적혀있다. 감정의 경우, 실제가 아닌 자신이 만들어낸 감정을 유지하게 만들어 내라고 한다. 사랑을 구하려 할 때, 실제로 사랑을 구하는게 아니라 스스로 사랑의 감정을 꾸며내려고 애쓰게 한다던가, 누군가에게 용서를 구하려고 할 때 실제로 용서를 받는 것처럼 느끼려고 애쓰게 만들라고 하는 것이다. 두 가지 측면에서 볼 수가 있는데 첫 번째는 실제가 아니라 스스로 만들어낸 허구에 집중하게 하는 것이고, 두 번째는 자연스럽지 못하게 애를 쓰게 한다는 것이다. 그저 내 마음 속에서 허구로 만들어진 감정은 실제 삶에서 다른 사람과 상호작용하는데에서 아무 짝에도 쓸모가 없다. 정작 상대방은 용서하지 않았는데 혼자 용서받은 것처럼 느끼려는 게 무슨 소용이냐는 말이다. 그리고 그런 쓸모없는 짓에 애까지 쓴다고 하니 악마가 좋아할만 하다. 

 

 특히나 사랑의 영역에는 흥미롭게 생각해 볼 수 있다. 진실로 사랑의 감정을 자연스럽게 느끼는게 아니라 외롭기 때문에 누군가를 사랑한다는 감정을 끌어내고 애쓰는 경우는 적지 않은 것 같다. '외로운 감정을 없애기 위해 사랑의 감정을 끌어내는 애씀' 악마가 좋아하는 두 가지 측면을 모두 갖고 있는 것이다.


 생각의 경우도 비슷하다. 스크루테이프는 인간이 신에대해 집중할 때 자신이 생각하는 특정한 이미지나 상징으로 믿게 하라고 말한다. 실제가 아닌 상징에 집중하는 건 매우 위험하다. 종교를 예로 들면 하나님이 내린 뜻에 집중하는게 아니라 교회나 십자가 자체를 더 중요시 하는 거고, 사랑을 예로 들면 연애는 서로 즐거우려고 하는 건데 연애 자체를 중요시하다보니 오히려 불행하게 연애를 지속하는 경우를 들 수 있다. 목적보다는 수단을 더 중요시하는 주객전도의 상황이라고 볼 수 있다.


 반대로 생각해보면 자연스럽게 발생하는 감정과 근원을 중시하는 생각. 이 두가지가 악마가 싫어하는 것들이다. 근데 이 두가지는 현실에서 꽤나 보기 힘들다. 억지 감정을 짜내는 경우가 보다 많고, 근원보다는 피상적인 것들에 집착하는 경우가 보다 많다. 곰곰이 생각해볼 만한 내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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