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고/텐 라디오
끝나지 않는 갈등에 빠졌을 때
끝나지 않는 갈등에 빠졌을 때
2023.10.06답답한 다툼이 계속될 때가 있다. 연인과의 다툼일 수도 있고, 부모 혹은 배우자와의 다툼일 수도 있다. 상황에 따라 갈등은 좀처럼 좁혀지지 않고, 더 심해지거나 평행선을 달리기도 한다. 해결 중심적 사고라는 게 있다. 말 그대로 해결하는 것에 집중하여 사고하는 것을 말한다. 업무를 처리하거나 특정 문제를 해결할 때 이런 사고방식은 매우 유용하다. 처리해야 할 문제를 파악하고 빠르게 해결하여 문제를 없애는 방식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관계나 감정, 마음의 영역에서는 이 방식이 좀처럼 통하지 않는다. 마치 코끼리를 생각하지 말라고 하면 코끼리를 바로 떠올리게 되는 원리와 비슷하달까? 관계의 문제는 대부분 감정, 마음과 관련되어 있다. 이성적으로 문제를 파악하려고 해도, 문제가 뭔지 잘 파악이 되지 않기..
역할 감수성, 권순우 선수의 비매너
역할 감수성, 권순우 선수의 비매너
2023.09.2701 아시안 게임에서 권순우의 비매너에 대한 여론이 싸늘하다. 태국 상대 선수가 얄미운 짓을 하긴 했다지만 규정에 어긋난 행동도 아니었고, 결과에 대해 승복하지 못한 권순우에 대한 비난이 거센 상황이다. 02 그 누구라도 특정 상황에서 감정이 북받쳐 올라오는 경험을 할 수 있다. 살면서 그런 일이 안 생길 수는 없다. 빈도의 차이일 뿐. 그런 상황에 대비하여 감정 컨트롤이나 평정심 유지, 비슷한 상황 트레이닝 같은 노력을 지속적으로 해야 한다. 03 컨트롤을 위한 마인드 셋 중에 역할에 대한 감수성을 높이는 방법이 있다. 권순우 선수를 예로 들면 스스로 공인이라고 생각하지 않았을 수도 있다. 하지만 감수성을 높이면 누구나 아는 연예인은 아니더라도 국가 대표이기 때문에 문제가 생겼을 때 포커싱 될 수 있다..
설득, 두 가지 조건
설득, 두 가지 조건
2023.09.2601 내 의도나 마음이 상대방에게 전달이 안 되는 경우가 상당히 많은데 그 이유는 언어가 갖고 있는 한계 때문이다. 생각 맞추기, 동기화, 얼라인, 설득. 이런 의미를 담는 여러 가지 표현이 있을 것 같다. 설득을 잘 하려면 무엇이 필요할까? 공감대 형성, 관계 구축, 파토스, 에토스, 로고스 등 여러 가지 답이 많겠지만 두 가지를 핵심으로 꼽아 보겠다. 02 첫째는 맥락과 배경 설명이다. 내가 당연하다고 아는 걸 상대는 모를 수 있기 때문이다. 설득을 위해 필요한 배경이나 맥락을 충분히 설명해야 한다. 나와 상황에 대한 이해도가 같아야 대화의 첫걸음을 뗄 수 있다. 03 둘째는 서로에게 득이 있어야 한다. 상황이 이해가 돼도 내게 이득이 없거나 손해가 있다면 동조하긴 어렵다. 이건 상대방에게 서운해할 ..
논리, 개인의 이득을 위한 도구
논리, 개인의 이득을 위한 도구
2023.09.2501 아리스토텔레스의 수사학은 크게 3가지로 나뉜다. 로고스, 에토스, 파토스. 로고스는 이성에 기반한 논리, 에토스는 품성에 기반한 신뢰, 파토스는 감성에의 호소이다. 공교육에서 가장 집중해서 배우는 게 논리다. 02 논리는 사실을 조합해서 특정 프레임을 구축하는 것이다. 그런데 매우 논리적이라는 것을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빈틈없이 블록을 잘 쌓는다는 말이다. 그런데 우리가 블록을 쌓을 때 특별한 규칙이 있는 것은 아니다다. 빈틈없이 쌓은 블록은 여러 형태가 있을 수 있다는 말이다. 프레임을 바꿔 생각하면 논리는 무궁무진하게 많아지는 게 함정이다. 03 예를 들어 부부간 대화에서 아내는 이런 논리를 내세운다. - 당신보다 내가 더 꼼꼼해 - 그러니까 돈 관리는 내가 할게 남편은 이런 논리를 세운다...
내비게이션, 경로를 이탈했더라도 괜찮다
내비게이션, 경로를 이탈했더라도 괜찮다
2023.09.2401운전 초보들은 운전 할 때 꽤나 곤혹스럽다. 고가를 타거나 고속도로 입구/출구 진입이 헷갈리기 때문이다. 미리 갈림길을 준비하고 눈치 빠르게 들어가야 한다. 이를 위해선 내비게이션은 필수다. 초보들은 내비게이션이 있어도 어렵긴 하지만. 02살다 보면 운전처럼 여러 갈림길을 마주하게 된다. 왼쪽으로 갈지, 오른쪽으로 갈지.. 선택에 따라 결과는 달라진다. 오른쪽으로 가려고 계획했었다면? 그런데 실수로 왼쪽으로 가게 됐다면? 어떤 이는 좌절하고, 포기하기도, 어떤 이는 짜증과 자책을 할지도 모르겠다. 03그런데 방향이 양극단으로 벌어진 선택지라면? 계획된 경로에서 이탈했을 때 멘탈이 크게 흔들릴지도 모르겠다. 생각보다 이런 일을 겪은 사람들이 굉장히 많다. 안 겪어본 사람들이 더 적다. 혼자만의 고통이 ..
너, 나 모르냐?
너, 나 모르냐?
2023.07.273년 만에 만나자 마자 말도 없이 귓방망이를 후려친다. 짝! 짝! 그렇게 서로 한 싸대기를 주고 받은 후 한 여자가 말한다.”너 나 모르냐?“ 최근 개봉한 영화 ’밀수‘에 나오는 한 장면이다. ”이 안에 너 있다“같은 류의 오글거리는 대사일 수도 있는데 왠지 모르게 ”너 나 모르냐?“라는 대사가 가슴을 후벼 파왔다. ’너 설마 내가 어떤 사람인지 모르는 거 아니지? 너라면 당연히 알아야 하잖아!‘라는 처절함과 절규가 들려왔다. 그 처절함을 구구절절 설명하지 않고 단 5글자로 표현했다. ’너 나 모르냐?‘ 그 절규를 뒤로한 채 영화에서처럼 ’상대방은 몰랐다’라는 결과로 생각해 본다면 누군가를 안다는 것은 진정 어려운 일 같다. 상대방의 속마음, 의도, 진심, 마음, 감정, 정서, 심리 이 모든 걸 어떻게 ..
파도 X 관계
파도 X 관계
2023.07.19해변가에 가면 모래 위에 글씨를 쓰거나, 성을 만들거나 하는 놀이를 하곤 한다. 재밌는 놀이다. 모래를 도화지 삼아 끄적끄적. 모래로 차곡차곡 만드는 나만의 작품. 그럴때면 걱정과 근심을 잊고 그것에 집중하여 즐거움을 느끼곤 한다. 그러다가 파도가 밀려오면 모든 게 싹 씻겨 나간다. 써 놓았던 글씨는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멋진 모래성은 다 무너져 버린다. 파도는 그렇게 모든 걸 씻어 낸다. 나에게 인간관계는 파도와 같다. 그 인간관계 속에서 어느 순간 내 부족함과 부자연스러움이 노골적으로 드러난다. 근 1년 동안 다양한 관계 속에서 이런 말들을 들었다. “사람은 완전할 수 없지만 텐은 단점이 참 많은 사람이에요“”미안하지만 난 텐을 사랑하지 않는 것 같아“”너 보기 싫어서 우리집 출입 금지시키려고 했어..
즐겁게 X 계단
즐겁게 X 계단
2023.07.15나는 매일 아침마다 딸아이 등원을 위해 긴 지하철 투어를 한다. 동네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을 보내면 되지 않느냐라는 의문이 든다면, 딱히 “어쩔 수 없는 상황”이라는 짧은 답변 밖에는 못할 것 같다. 어찌됐든 기나긴 지하철 여정은 특히 습하고 더운 여름철에는 더더욱 고행길이다. 오늘도 어김없이 긴 여정 끝인 도착지 지하철역에서 내렸다. 한 두달 전부터 에스컬레이터 보수공사로 인해 매번 긴 계단을 오르곤 했는데, 날씨가 더워지면서 이 계단을 오르는 게 성인인 나 조차 좀 부담이 되었다. 그래서 엘레베이터를 타기로 했다. 근데 신기하게도 딸아이는 저번에도 계단으로 가자고 하더니, 오늘도 계단으로 가자고 나를 조른다. 나는 저번처럼 엘베타고 가자고 엘베 쪽으로 끌었지만 계단으로 가자는 딸아이의 요청을 매번 무시..
금도끼와 은도끼 X 원하는 답변
금도끼와 은도끼 X 원하는 답변
2023.07.14금도끼 은도끼라는 어린이 동화책이 있다. 흔히 알고 있는 그 이야기다. 딸 아이에게 읽어주면서 오랜 만에 다시 읽게 됐는데 어릴 때 읽었을 때와 사뭇 다르게 느껴진 포인트가 있었다. 바로 산신령의 태도였다. 그 포인트를 느끼는 순간 오래 전 회사에서 경험했던 일화도 함께 떠올랐다. 회사 내에서 부서를 옮긴 후, 적응하기 위해 노력하던 시기였다. 한 선배가 나와 1:1을 잡고 둘이 이야기 하는 시간이 있었다. 그리곤 내게 이 업무에서 중요한 게 뭐라고 생각하는지 물었다. 내 생각을 말하니 돌아오는 답변은 “그것도 맞는데 다른 거 또?” 였다. 그래서 또 다른 걸 생각해서 말했더니 “그거 말고 또” 라는 답이 돌아왔다. 그렇게 3,4번을 돌다가 결국은 선배가 원하는 답을 말하셨다. 그게 뭔지는 기억이 나지 ..
자유롭고 쿨한 존재
자유롭고 쿨한 존재
2023.06.26[저녁 무렵에 면도하기]라는 책을 보면 하루키 씨가 고양이를 어떻게 대하는지 나오는 구절이 있다. 나의 경우, 고양이는 어디까지나 사이좋은 친구이며 어떤 의미에서는 대등한 파트너여서 재주를 가르치는 것은 상상만으로 ‘좀 아닌데’라는 생각이다. 그래서 네코야마 씨가 좀 더 늠름하게 살았으면 한다. 물론 손을 내밀 줄 아는 고양이가 나쁘다는 것이 아니라, 어디까지나 나에게 네코야마 씨란 자유롭고 쿨한 존재라는 것이다. ‘누군가는 동물조차 자유롭고 쿨한 존재로 여기고 대하는데, 나는 사람을 어떻게 대하고 있는 거지?’ 라는 큰 물음이 뒤통수를 때렸다. 상대방을 자유롭고 쿨한 존재로 여긴다는 건, 내 사고방식이나 가치관, 판단 기준 위에 올리지 않고, 나와 동등한 독립적인 존재로 본다는 말이다. “당연히 모두 ..
LP 듣기를 추앙해요
LP 듣기를 추앙해요
2023.06.24날 추앙해요! 드라마 해방일지에서 김지원이 손석구에게 말하는 대사다. 사랑하기는커녕 친하지도 않은 사이인데 갑자기 추앙까지 하라니... 로맨스 드라마에서나 나오는 비현실적 급발진 멘트라고 생각했는데 지금 와서 생각해 보니 ‘의도적으로 가치 있는 무언가를 만들어 보라’는 철학적인 멘트가 아니었나 싶다. 최근에 삼재와 번아웃이 찾아왔다. 내 삶의 여러 가지 역할을 맡고 있던 각각의 영혼들이 모두 가출하여 좀비 상태가 되어버린 내게 쉬는 시간을 줘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떻게 쉬어야 할까 생각하다가 느리게 하는 무언가에 대해 가장 먼저 휙 떠오른 게 LP 듣기였다. 이리저리 검색해 보니 LP를 듣는 행위는 생각보다 이점이 적었다. 음질은 스트리밍과 큰 차이가 없고, 음반 가격은 상상 이상으로 비싸고, 관리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