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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 무렵에 면도하기]라는 책을 보면 하루키 씨가 고양이를 어떻게 대하는지 나오는 구절이 있다.

나의 경우, 고양이는 어디까지나 사이좋은 친구이며 어떤 의미에서는 대등한 파트너여서 재주를 가르치는 것은 상상만으로 ‘좀 아닌데’라는 생각이다. 그래서 네코야마 씨가 좀 더 늠름하게 살았으면 한다. 물론 손을 내밀 줄 아는 고양이가 나쁘다는 것이 아니라, 어디까지나 나에게 네코야마 씨란 자유롭고 쿨한 존재라는 것이다.


‘누군가는 동물조차 자유롭고 쿨한 존재로 여기고 대하는데, 나는 사람을 어떻게 대하고 있는 거지?’ 라는 큰 물음이 뒤통수를 때렸다. 상대방을 자유롭고 쿨한 존재로 여긴다는 건, 내 사고방식이나 가치관, 판단 기준 위에 올리지 않고, 나와 동등한 독립적인 존재로 본다는 말이다. “당연히 모두 평등하고 독립적인 관계 아니야?”라고 할 수 있겠지만 막상 결혼을 한 부부, 애인 사이, 친한 친구, 회사 동료사이, 부모 자식 사이, 선후배 사이 등의 관계 속 이해 관계자가 되면 그리 쉬운 게 아니다. 역할을 맡게 되면 상대방과 의존적인, 지배적인, 이해타산적인, 헌신적인, 양보하는 등의 관계가 만들어 지기 때문이다. 좋은 의도로서의 배려나 사심으로서의 욕심으로 상대방의 자유에 간섭하게 되기도 하고, 내 입맛에 맞게 상대방을 움직이고 싶거나, 상대방이 내 입맛에 맞춰주길 기대 하거나, 반대로 내 자유를 상대방에게 주고 의지하게 되기도 한다. 전혀 쿨하지 않은 관계다. 그런데 대부분이 쿨하지 않은 관계로 살아간다. 나만 그렇게 살아가는 건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큰 물음 뒤에 내 인생을 되돌아 보고, 상대방을 자유롭고 쿨한 존재로 보게 되면 뭐가 달라질까를 상상해 본다. 자유롭고 쿨한 존재인 부모님, 자유롭고 쿨한 존재인 배우자, 자유롭고 쿨한 존재인 자식, 자유롭고 쿨한 존재인 친구, 자유롭고 쿨한 존재인 선후배. 욕심과 기대를 적당한 거리에 둔다면 서로를 독립적인 존재로 보며 관계를 맺을 수 있지 않을까? 상대방을 자유롭고 쿨한 존재로 본다는 건 나 또한 자유롭고 쿨한 존재로 본다는 거니까 말이다. 아, 생각해 보니 그게 더 우선인 것 같다. 나는 자유롭고 쿨한 존재다. 그리고 당신도 자유롭고 쿨한 존재다. 우리 즐겁게 이야기하며 알아가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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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 무렵에 면도하기 양장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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