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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변가에 가면 모래 위에 글씨를 쓰거나, 성을 만들거나 하는 놀이를 하곤 한다. 재밌는 놀이다. 모래를 도화지 삼아 끄적끄적. 모래로 차곡차곡 만드는 나만의 작품. 그럴때면 걱정과 근심을 잊고 그것에 집중하여 즐거움을 느끼곤 한다.

그러다가 파도가 밀려오면 모든 게 싹 씻겨 나간다. 써 놓았던 글씨는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멋진 모래성은 다 무너져 버린다. 파도는 그렇게 모든 걸 씻어 낸다.

나에게 인간관계는 파도와 같다. 그 인간관계 속에서 어느 순간 내 부족함과 부자연스러움이 노골적으로 드러난다. 근 1년 동안 다양한 관계 속에서 이런 말들을 들었다.

“사람은 완전할 수 없지만 텐은 단점이 참 많은 사람이에요“
”미안하지만 난 텐을 사랑하지 않는 것 같아“
”너 보기 싫어서 우리집 출입 금지시키려고 했어“
”텐은 회사에서 기대하는 모습이 아니에요“


물론 좋은 말도 있었지만 파도로 밀려왔던 말들이 더 기억에 남는다. 파도들은 내가 그간 당연하다고 여겼던 평화와 안정이 거짓이었다는 듯이 싸그리 씻어냈고, 철저하게 내 부족함과 부자연스러움만 남겨놓았다. 나는 누구인가? 타인들은 나에게 무엇을 기대하고 있는걸까? 나는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까? 나는 나쁜 사람인가? 나는 그동안 잘못 살아온건가?

파도를 어찌 피할까. 내가 써놓은 모래 글씨와 모래성을 파도에게서 어찌 지킬 수 있을까. 모든 게 씻겨나간 후에 남겨진 너덜너덜해진 내 부족함을 어떻게 견딜까.

아직 딱히 방법은 모르겠지만 파도가 지나간 자리에는 아무 것도 남지 않는다. 그러니 사라진 모래글씨와 모래성에 미련을 갖거나 파도를 원망하는 건 부질 없는 것 같다. 하지만 여전히 두렵다. 인간관계라는 거대한 파도가. 나를 벌거숭이로 만드는 파도가.


인간관계는 파도와 같다.
파도는 모든 걸 씻어내고, 내 부족함만을 남긴다.
파도가 지나간 후,
내가 믿고 있던 평화와 안정이 거짓임을 아프게 깨닫는다.
그래서 나는 인간관계라는 파도가 두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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