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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나의 해방일지
날 추앙해요!


드라마 해방일지에서 김지원이 손석구에게 말하는 대사다. 사랑하기는커녕 친하지도 않은 사이인데 갑자기 추앙까지 하라니...
로맨스 드라마에서나 나오는 비현실적 급발진 멘트라고 생각했는데 지금 와서 생각해 보니 ‘의도적으로 가치 있는 무언가를 만들어 보라’는 철학적인 멘트가 아니었나 싶다.

최근에 삼재와 번아웃이 찾아왔다. 내 삶의 여러 가지 역할을 맡고 있던 각각의 영혼들이 모두 가출하여 좀비 상태가 되어버린 내게 쉬는 시간을 줘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떻게 쉬어야 할까 생각하다가 느리게 하는 무언가에 대해 가장 먼저 휙 떠오른 게 LP 듣기였다. 이리저리 검색해 보니 LP를 듣는 행위는 생각보다 이점이 적었다. 음질은 스트리밍과 큰 차이가 없고, 음반 가격은 상상 이상으로 비싸고, 관리는 까다롭고, 무려 랜덤 듣기는 완전히 불가능하는 등 단점이 더 컸다. 근데 왜 많은 사람들이 LP를 듣는 건지 살펴보니, 수집과 소장의 이유도 있지만 또 다른 이유로는 ‘자발적 번거로움을 즐기는 의식’이 아닐까 싶었다.

차를 우려 마시는 다도도 그렇다. 전문가들은 맛의 차이를 느끼겠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찻잎을 직접 우려 마시는 것과 티백으로 우려 마시는 것에 큰 차이를 느끼지 못한다. 언젠가 보이차 원데이 클래스 강사님께 이렇게 찻잎을 우려 마시는 게 왜 좋으신 거냐고 여쭈니, 느리게 차를 마시는 과정, 그 시간이 너무나 힐링 되고 마음이 편안해져서 좋다고 답하셨다. 물을 끓이고, 찻잔을 데우고, 찻잎을 우리고, 건졌다가 다시 우려내는, 그 자발적인 느리고 번거로운 과정에서 느끼는 심리적 안정과 삶의 여유, 나만의 시간. 그런 의미라면 번거로움이라는 표현도 즐거움으로 바꿔야 할지도 모르겠다. 자발적 번거로움이 아닌 자발적 즐거움.

LP를 듣는 것도 같다. 정말 좋아하는 앨범을 5 ~ 6만 원 주고 사는 행위, 오롯이 앨범의 순서대로 듣는 행위, 앨범의 곡만큼 들으면 멈추는 시간의 제약, LP와 바늘의 먼지를 주기적으로 털어줘야 하는 번거로운 행위. 주어진 시간을 의도적으로 가치있게 만드는 거랄까? 이 정도면 LP 듣기를 추앙하는 거다. 어쨌든 나는 요 몇 주 사이 턴테이블을 마련했다. 한정된 시간 내에서 오롯이 자발적 번거로움을, 아니 자발적 즐거움을 선택하고 나만의 시간을 즐겨 보고 있다.

#나의해방일지 #턴테이블 #LP #번아웃 #오디오테크니카 #ATLP60XB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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