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정말 좋은 사람이예요. 끌리진 않지만..
소개팅을 하다
32살 때였나? 소개팅을 한 적 있다. 뭐, 소개팅이야 셀 수 없이 했으니 '한 적이 있다'라고 표현하는 것도 웃기긴 하다. 여튼 동갑내기 여성 분과 만났는데 공무원으로 기억한다. 세무 쪽이었나? 직장 생활하다가 옮기신 분이었는데 돈보다 삶의 여유를 선택했음에 리스펙트! 내 스톼일~
나는 옛날부터 누군가를 만날 때 직업이나 나이를 그렇게 따지지 않았기에,(그랬던 걸로 기억한다..) 순수한 마음으로 만났는데 사실 소개팅 여성 분이 내 스타일은 아니었다. 사람이 생판 처음 보면 어쩔 수 없이 외모를 먼저 보게 되는데 그 분이 내가 좋아하는 아담하고 귀여운 스타일과는 거리가 멀었기 때문이다. 오히려 반대로 키가 크고 털털한 스타일이었다. 그래서 일단 첫 만남부터 시작이 좋지 않긴 했다. 남자라는 것들은 역시...
좋은 사람
이야기를 나누다보니 생각보다 훨씬 좋은 사람이었다. 말도 잘 들어주고, 잘 웃어주고 말이다. 이성적으로 확 끌리진 않았지만 마음 속에서는 '아.. 정말 좋은 사람 같다'라는 느낌이 퐁퐁 올라왔다. 그래서 그런가 헤어지고 나서도 마음이 좀 찜찜했다. 보기 드문 좋은 사람 같은데... 보기 드문 좋은 사람 같은데... 보기 드문 좋은 사람 같은데... 이런 생각이 머리 속을 계속 맴돌았다. 뭐였을까 그 감정은...
이 죽일 놈의 인기
만남 후에 여성 분께 먼저 연락이 왔다. "애프터 신청 안해요? 그럼 제가 먼저 할게요" 와우! 적극적이시다. 걸 크러쉬! 사실 소개팅할 때부터 감이 오긴 했다. 나를 바라보는 눈빛이 노골적으로 끈적했기 때문이다. 고민하다가 결심했다. '그래, 몇 번 만나다 보면 매력도 느끼고, 정도 생기고, 애정이 생기는거겠지. 좋은 사람을 놓칠 순 없지' 그렇게 두 번째 만남을 가지게 됐다. 첫 번째가 커피숍에서 정적으로 만났다면 두 번째는 활동적인 걸 같이 하면서 서로 알아가는 시간을 갖기로 했다. 마침 청계천 쪽에서 이벤트를 하고 있어서 이벤트 부스를 같이 돌면서 데이트를 즐겼다. 근데 안타깝게도 두 번째 만남에서도 역시 아무런 끌림이 없었다. 그런 와중에 여성 분의 어필은 점점 강도가 높아지기 시작하니 고민은 더욱 깊어졌다. 그래도 세 번은 만나보자는 생각에 세 번째 만남을 약속했다.
죄송해요
세 번째 만남 후에도 내 마음 속에 불길은 일지 않았다. 이제 정리를 해야할 때였다. 정말 어려웠다. 아무리봐도 너무 좋은 사람이었고, 나에게 적극적으로 호감을 표시하고 있었으니 말이다. 세 번째 데이트 후에도 계속해서 전화와 톡이 끊이지 않길래 용기내서 톡을 보냈다.
"정말 죄송한데..제가 계속 생각해 봤어요... 정말 좋은 분이라고 생각해요.. 근데 세 번을 만났지만 제 마음에서 이성적인 끌림이나 두근거림이 없더라고요. 너무 죄송해요..."
제 정신이라면 자기를 정말 좋아해주는 사람한테 이런 말 쉽게 꺼낼 수 있을까? 진짜 어렵다. 여성 분은 웃으시면서 아쉽지만 어쩔 수 없는 것 같다면서 좋은 분 만나라는 말과 함께 굿바이 톡을 남기셨다.
데자뷰
그러고나니 옛날에 있었던 비슷한 일이 새삼스레 떠올랐다. 이때는 반대로 소개팅에서 만난 여성 분이 너무 마음에 든 나머지 내가 5개월 동안 구애를 한 적이 있다. 5개월 동안 끈질기게 구애해서 만난 게 고작 3번이었다. 세 번째 만남 후에도 관계에 진전이 없자 여성 분께 우리 관계가 어떻게 되는 거냐고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 여성 분은 왜 이렇게 급하시냐면서 부담스럽다고 했고, 나는 차분하게 얘기했다. '부담주는 건 아닌데 우리가 안 지 5개월째예요' 그러자 벌써 5개월이나 됐냐면서 놀라는 그녀. (황당..) 그리곤 하루만 시간을 달라고 하더니 하루 뒤에 답장이 왔다.
"정말 죄송한데..제가 계속 생각해 봤어요... 정말 좋은 분이라고 생각해요.. 근데 세 번을 만났지만 제 마음에서 이성적인 끌림이나 두근거림이 없더라고요. 너무 죄송해요..."
그 여자 분도 얼마나 말하기 미안했을까?
사랑은 머리로 하는게 아니다
역시 사랑은 머리로 하는게 아닌 것 같다. 어떻게든 더 만나보자는 생각도 결국 머리 쓰는 거고, 좋은 사람이니 억지로라도 만나보자라는 것도 머리 쓰는 거다. 그렇게 머리 쓴다고 가슴이 두근거리거나 끌릴 것 같진 않다. 이리 재고 저리 재는 건 두말 할 나위 없다. 머리 쓰지 않아도 자연스레 가슴이 뛰는... 끌리는 사람이 인연이 아닐까?
여보, 보고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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