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랑&신부 그리고 하객에 대한 생각

청첩장 모임

결혼을 앞두고 나면 신랑, 신부는 청첩장 모임을 하곤 한다. 결혼할 사람 입장에선 결혼식에 참석해 달라는 초대의 의미고, 하객 입장에선 정중하게 초대 받는다는 의미다. 그리고 공통적으론 이런 기회로 오랜만에 얼굴이나 보자는 자리기도 하다.

신랑, 신부의 입장

사실 청첩장 모임을 금전적인 가성비로만 따지면 손해다. 청첩장 모임 식사 대접비가 인당 1만원정도 나오고, 술까지 먹으면 2만원 정도 나오는데, 결혼식 식대비가 인당 평균 3.5만원은 되니 축의금 5만원을 받는다고 치면 본전 아니면 손해가 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청첩장 모임을 하는 이유는 금전적인 이유라기보다는 결혼식에 참석해 줬으면 하는 사람들에게 정중하게 부탁한다는 의미가 클 것이다. 결혼식을 해보면 안다. 내 결혼식 참석을 위해 귀한 발걸음 해준 사람들은 기억에 남는다. 

반대로 와 줄거라고 믿어 의심치 않은 사람이 있었는데 안 오면 굉장히 서운하다. 특히, 나는 결혼식에 참석했는데 내 결혼식에는 안 오거나 나는 축의금을 냈는데 내 결혼식에 축의금조차 안 내면 더더욱! (청첩장 모임에서 식사 대접까지 했는데 쌩까고, 축의금도 안 내면 진심 황당)

하객의 입장

결혼식 참석을 금전적인 가성비로만 따지면 가는 게 이득이다. 5만원 혹은 10만원이라는 축의금은 무조건 나가는 거니, 가서 밥이라도 맘껏 먹고 오는 게 낫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결혼식 참석을 위해 지불해야 하는 기회비용은 꽤나 크기 때문에 하객의 입장에서 참석이 그리 쉬운 일만은 아니다. 

결혼식을 보통 주말에 하니 주말을 예로 들어보자. 외출을 위해 준비해야 하는 시간과 이동해야 하는 교통시간이 들어간다. 결혼식장이 버스 정류장이나 지하철 역과 가깝다면 다행이지만 멀리 있다면 내려서 다시 이동해야 하는 시간과 노력이 들어간다. 현금이 없다면 근처 ATM도 들렀다 가야 한다. 결혼식 사진까지 찍혀 주려면, 직계 가족과 친척들 촬영이 끝날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 이후 귀가할 땐 온 시간만큼 다시 소요된다. 이렇게 되면 주말 4~5시간은 결혼식 참석으로 훅 빠지게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결혼식에 참석한다는 건 진심으로 축하해 주고 싶다는 의미가 클 것이다.

그래서 신랑, 신부가 나를 정중하게 초대하지 않고, 당연히 참석하는 걸로 전제하면 굉장히 서운하다. 특히, 지방에서 결혼하면서 버스대절도 없이 당연히 오는 걸로 말하면 더더욱! (예를 들어 그렇게 친하지도 않은 사이인데 서울 사는 친구에게 '부산에서 결혼 하는데 무조건 와야 된다. 버스 대절은 없다'라고 하는..)

---

공감과 배려는 경험한 만큼 할 수 있다

말 그대로 공감과 배려는 자신이 경험한 만큼 할 수 있다. 신랑, 신부의 입장에서 실제 결혼식을 해 봐야 신랑, 신부의 입장을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다. 반대로 즐거운 하객도 되어 보고, 서운한 하객도 되어 봐야 하객의 입장을 제대로 이해할 수 있다.

두 입장을 모두 경험하면 하객은 신랑, 신부의 입장을 배려할 수 있고, 신랑, 신부는 하객의 입장을 배려할 수 있게 된다. 그렇게 되면 결혼을 앞둔 사람들은 정중하게 하객을 초대하게 될 거고, 힘들게 참석해 준 하객들에게 진심으로 감사할 것이다. 반대로 하객들은 진심으로 신랑, 신부를 축하해주기 위해, 소중한 주말 시간에 힘찬 발걸음을 내딛을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