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질은 왜 하게 될까?
오늘은 인간이 가지고 있는
갑질 본능에 대한 이야기를 해 볼까 합니다.
요새는 교권이 많이 떨어졌죠?
문제가 없는 선생님이 더 많다는 전제 하에
현재 너무나 떨어진 교권을 보면
개인적으로 매우 안타깝습니다.
(뭐 제대로된 교육을 하기 어려운...)
무언가를 결정함에 있어
모든 사람을 만족시킬 수 없다는 건
여러분도 아실 겁니다.
사람마다 생각과 가치관, 선호도 등이
모두 제각각이기 때문이죠.
그런 점에서 모든 직업이 비슷하겠지만
특히 학교 선생님은 학부모에게
반드시 컴플레인을 받을 수 밖에 없는 직업이긴 합니다.
실제 이야기를 두 가지 들려 드리겠습니다.
한 선생님이 학부모로부터 전화를 받았습니다.
이유는 뭐 자식 걱정이겠죠.
다짜고짜 선생님에게 이런 말부터 꺼냅니다.
"선생님, 교사 계속 하고 싶으시죠? 근데 왜 그러셨어요?"
밑도 끝도 없는 협박을 시작으로
자기는 마음만 먹으면
교감, 교장 뿐 아니라 교육청까지 가서
선생 일 못하게 할 수 있는 사람이라고
으름장을 놓기 시작합니다.
결과부터 말하면
이 사례는 학부모가 오해한 경우이긴 합니다.
근데 생각해 볼까요?
정말 망나니 같은 교사가 아니라면,
교사가 일부러 자기반 학생을 망치려고 했을까요?
의도적으로 망신을 주거나 괴롭히려고 했을까요?
물론 교사가 의도치 않게 학생에게 상처를 줄 수는 있습니다.
교사이기 이전에 사람이니까요.
사람은 기계처럼 완벽하진 않죠.
(기계도 가끔 버그를 일으키기도 하지만..)
그런데 학부모 중에는
이런 걸 용납하지 않는 사람이 많습니다.
자기 자식에게 조금이라도 상처를 주거나
기분을 상하게 했다면
미친듯이 교사를 물어뜯는 거죠.
부모 입장은 이해가 가지만
정도를 넘어선 협박과 인격모독, 교권침해는
정말 눈살이 찌푸려 집니다.
선생님 입장에서 생각해보면
정말 당황스럽습니다.
밑도 끝도 없이 협박을 당했으니까요.
교육자라는 사명을 가지고 교육을 하고 있는데
이런 협박을 당하니 억울하기도 하겠습니다.
학부모는 아마 선생님을 자신의 감정의 쓰레기통 쯤으로
생각하는 것 같은데요
교사라는 직업이 쉽게 얻을 수 있지 않는 거 아시죠?
그만큼 선생님 본인에게는 의미있고 소중한 직업일텐데요.
실제로 학부모가 협박해서
어찌어찌해서 선생님이 일을 못하게 됐다고 생각해볼까요?
그럼 어떤 일이 발생할까요?
제가 선생님이라면 더이상 잃을 게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감정적으로 팍 올라올 것 같은데요.
그럼 나를 억울하게 이 지경으로 만든 학부모에게
어떤 생각을 하게 될까요?
생각만 해도 끔찍 합니다.
(속된 말로 마음 먹고 뚝배기 깨러 갈 것 같습니다)
정리하자면
이런 종류의 협박은 실질적으로
자신에게 더욱 더 큰 칼날이 되어 돌아올 수 있습니다.
상대방을 협박함으로써 나에게 더 큰 분노를 남길 수 있다는 점에서
같잖은 협박이라고 표현할 수 있습니다.
사람이 억울하게 당하면 눈에 뵈는게 없어지기 때문이죠.
저는 약간 똘끼가 있는 사람이기에
정말 소중한 일이나 사람이
누군가에 의해 의도적으로 억울하게 피해를 받는다면
그 이상으로 갚아줄 것 같긴 합니다.
또 다른 갑질 이야기를 말씀드리겠습니다.
한 중년 여성이 마트 안에 있는 빵집으로 들어 갑니다.
그리곤 빵집 아주머니에게 말합니다.
"이거 시식해 보게 잘라봐요"
고압적인 명령톤에 당황한 아주머니는
멀뚱멀뚱 쳐다만 봅니다.
그러자 중년 여성이 짜증을 냅니다.
"빵 자르라는 소리 안들려? 고객이 빵 좀 자르래잖아!"
그러자 아주머니가 답합니다.
"고객이 고객 같아야죠"
빡친 중년 여성은 욕한바가지를 하고는
마트 불편 사항에 해당 빵집을 신고합니다.
그리고 빵집 아주머니는 마트로부터 주의를 받습니다.
뭐 마트의 직원 대우 측면의 이야기는 넘어가고,
이야기 속의 중년 여성도 학부모 못지 않게 가관입니다.
만약 학교 선생님이나 빵집 아주머니가 본인 친구거나,
옆집 이웃이었다면 저런 말을 할 수 있었을까요?
아마 정신적으로 이상이 없다면
절대 저런 말을 할 수 없을 겁니다.
진정한 예의와 매너, 존중과 배려는
모르는 사람에게 더욱 지켜야 한다는
한 교수님의 말이 문득 떠오릅니다.
그 교수님께선 아직 한국은 아는 사람에게만
예의를 지킨다는 점에서
시민 의식이 성숙하려면
멀었다는 말씀을 하셨었죠.
다른 나라의 문화는 잘 몰라서 어떨지 모르겠지만
대한민국에서 갑질은 대부분 모르는 사이에서 일어납니다.
그저 내 역할과 상대방의 역할 사이에서
갑질이 일어나는데요.
역할은 그저 역할일 뿐임을 잊곤 합니다.
역할을 벗으면 한 인간과 인간일 뿐인데 말이죠.
고객과 종업원의 역할은 물건을 사고 파는 것 외에
그 이상, 그 이하의 다른 것은 없습니다.
아마도
과거 공급자 중심의 사회에서
수요자 중심의 사회로 변화 하면서
일부 몰지각한 사람들이
소비자 역할에 말도 안되는 의미를 부여하는 듯 합니다.
소비자가 왕이다.....
구매자는 소비자가 시키는 대로 해야한다?
이런 괴상한 논리 말이죠.
위에 말씀드린 학부모도 마찬가지 입니다.
학부모의 역할로서
자식에 대한 제안이나 건의는 할 수 있지만
다른 아이들도 함께 다니는 학교에서
자신의 욕구만을 채울 수는 없습니다.
선생님을 협박해서
내 마음대로 하겠다는 생각이 황당할 따름입니다.
이런 갑질 본능은 왜 일어나는 걸까요?
가정 교육의 문제?
부와 가난의 차이?
여러가지 복합적인 이유가 다 있겠지만
가장 큰 이유는 '자존감'의 문제가 아닐까 싶습니다.
그래서 가정교육을 잘 받은 사람에게도
가정교육을 잘 받지 못하는 사람에게도
갑질 본능은 있을 수 있고,
부자에게도, 가난한 사람에게도
갑질 본능은 있을 수 있습니다.
자존감이 높은 사람은
상대방이 내게
불공정하거나, 불합리하다고
판단되는 행동을 했을 때,
그 사실만을 체크합니다.
자신의 권리를 행사하는 거죠.
그 것 뿐입니다.
자존감이 낮은 사람은
상대방이 내게
불공정하거나, 불합리하다고
판단되는 행동을 했을 때,
오만가지 부정적인 상상과 오해를 합니다.
그래서 자존감에 조금이라도 상처를 주는 낌새만 있어도
예민하게 반응하곤 하죠.
더군다나 이런 사람은
자존감이 높았던 경험이 별로 없기에
상대방을 낮추면서 나를 높이려고 합니다.
자존감 흡혈귀라고나 할까요?
자체적으로 자존감을 높이지 못하고
남을 헐뜯고 낮추면서
내 자존감이 높아진 것처럼 착각하는 사람들입니다.
실제로 갑질을 하는 사람들을 세세히 살펴보면
정서적으로 건강하지 못한 사람들이 대부분입니다.
가난하여 열등감이 심하거나,
부유하지만 항상 집에서 핀잔을 들었다거나 말이죠.
결국 자신의 내면이 뭔가 부족하고 공허하기 때문에
갑질을 통해 자존감을 임시적으로 채운다고 볼 수 있습니다.
안타깝죠?
더 안타까운건 이들의 흡혈방식으로 피해보는 건
갑질을 당하는 사람들이라는 거죠.
근데 생각보다 우리 주변에
자존감이 높은 사람들이 많지는 않습니다.
결혼하기 전에
상대방이 식당 종업원을 대하는 방식을
유심히 살펴보라는 말이 있죠?
그저 역할 관계일 뿐인데
상대방을 함부로 대하는 사람이라면
아내와 남편의 관계도 불보듯 뻔하고,
그 사람 자체가 자존감이 낮을 가능성이 큽니다.
그래서 우리는 자존감을 높일 필요가 있습니다.
더 나은 사람이 되기 위해서 말이죠.
말씀드린대로
우리 주변에는 자존감이 낮은 사람들이 정말로 많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크고 작게 갑질을 당하는 일이 많습니다.
마음이 아프고, 억울하죠.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부터, 우리부터 그렇게 하지 말자라는 생각으로
상대방을 대하는 게 필요합니다.
남을 물어 뜯어서
자존감을 하향 평준화 시키는 것 보단
내 자존감을 스스로 높여서
상향 평준화 시키는 게 건강하기 때문이죠.
그 작은 시작부터가 변화의 출발점 아닐까요?
우리는 더 나은 사람이 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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