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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부모님은 일을 참 많이 하셨습니다.

20살에 무일푼으로 서울에 상경해서

아르바이트부터 시작해서

블루워커로 30년 넘게 일만 하셨죠


주말도 없었고, 명절도 없었죠.

이게 말이 쉽지, 쉬지 않고 일한다는 건 정말 힘들죠.


그렇게 살다보니 어쩔 수 없이

가족 간에 기념일을 챙기거나

가족 여행을 가는 일도 거의 없었습니다.


언젠가 어머니가 이런 말씀을 하더군요.


젊었을 때는 돈이 너무 없어서..

돈을 많이 벌면 가족 여행도 가고

화목하게 지내려고 했지.



참 안타까웠습니다.

일단 급한 게 돈이라서,

여유를 뒤로하고 돈을 벌었던 거죠.


이런 분 많이들 계시지 않을까요?

당장 먹고살기 바쁜 세상이잖아요.


근데 막상 여유가 좀 생겼을 땐

이미 너무나 오래 그렇게 살아왔기 때문에

변하기가 어렵습니다. 현실적으로 말이죠.


그렇게 일을 많이 하시던 부모님은

이제 은퇴를 하시고, 놀고 계십니다.


이제 제 부모님은 모두가 부러워 할 생활을 하실까요?^^



한 번은 갑자기 모임을 다녀오시더니

저한테 씩씩 거리면서 이런 말을 하시더군요.



모임에서 CGV를 가게 되었는데

어머니가 요즘 영화관을 처음 보셨나 봅니다.

최근에 본 영화가 쉬리일까하는 생각이 얼핏 들었...


다른 아줌마들은 티켓끊고 하는데

익숙하지 않았던 어머니는

좀 당황하셨나 봅니다.


근데 생각해보니깐 열 받는 거죠.


아들이 두 놈이나 있는데

엄마, 아빠한테 영화 한 편 안보여줘서

이렇게 영화관에서 당황하게 하냐?

이런 생각을 하신 것 같습니다.


뭐, 그렇게 생각하셨다니 인정.

영화 못 보여드린 거에 대해 죄송스럽게 생각했습니다.


그리곤 얼마 뒤에 영화표가 생겨서

어머니한테 바로 알려드렸죠.


그래, 이참에 효도하자라고 말이죠.


관상이라는 영화표가 생겼는데,

엄마랑 아빠랑 보러갈래?


그러니 무슨 영화냐고 시크하게 물으시더군요.

친절하게 답해 드렸습니다.


이번에 개봉한 거라서 나도 잘 모르는데

조선시대 뭐 그런 시대 영화 같은데?



뭐, 영화를 보여드리려 했지만...

싫다고 하니 패스를 했죠.


그리곤 또 얼마 뒤에 뮤지컬 티켓이 생겼습니다.

바로 전화를 했죠.

이번엔 더 비싼 걸로 효도하자.


엄마, 뮤지컬 보러갈래?



또 싫다시더군요.

당췌, 뭘 해 드리려고 해도

재미없다고 안한다고 하시니 난감했습니다.


또 언젠가는 모임에서 중국 여행을 갔다 왔다고 해서

중국 여행 어땠냐고 물으니..


뭐 재미도 없고, 비행기에서는 힘들고

볼 거 하나도 없더라.


얼마 전에는 태국 부부동반 여행을 다녀오셔서

어땠냐고 물으니


음식이 안맞고 지저분해서 혼났네,

별로 였어.


저는 부모님의 반복되는 이런 말에서

한 가지 느낀 게 있었습니다.


우리 부모님이 쉬는 방법을 모르시는 구나..

그래서 휴식과 여유를 제대로 못 즐기시는구나..



쉬는 것은 중요합니다.

여러분은 잘 쉬고 계시나요?


쉬는 연습이 되어 있지 않다면

시간이 확보 되어도

쉬지 못하고 오히려 소진 될 수도 있습니다.


또는 어떻게 쉬는게 쉬는건지 몰라서

시간만 허비할 수도 있습니다.


사람마다 쉬는 방법은 다릅니다.


예전에 제가 회사에서 휴가를 낸 적이 있습니다.

그냥 집에서 책 읽고, 영화보고 하기 위해서 말이죠.

저한텐 그게 쉬는 방법이었습니다.


회사 사람이 물어 보더군요.


휴가내고 뭐해요~?


그래서 솔직하게 이야기했죠.


그냥 집에서 책 읽고, 영화보고 자려고요~


그러니까 신기하다는 반응을 보이더군요


뭐, 저는 개의치 않습니다.

저만의 쉬는 방식으론 최고였으니까요.


뭔가 여행을 가고, 특별한 뭔가 하는 게

그 당시에 저에겐 오히려 진빠지는 거였거든요.


휴식도 자기에게 맞게,

상황에 맞게 할 수 있어야 합니다.


얼마 전에 알파카 월드라는 곳을 다녀왔습니다.


다른 동물원과는 다르게

실제 동물들을 만지고, 먹이를 주고

교감할 수 있는 독특한 동물체험공간이었습니다.


우리나라에게 그런 곳이 또 있을까 싶더라고요.

개장한지 3주 밖에 되지 않아서 홍보가 덜 된 것 같지만

조만간 북적북적하지 않을까 싶었는데요.


그 곳에서도 많이 걸어다녔지만

휴식을 취할 수 있었습니다.


자연과 동물들을 가까이 두고

교감할 수 있는 게 새로웠고,

자연과 동물을 바라보는 게 아니라

함께 하는 체험을 통해

자연과 함께 쉼을 연습한거라고나 할까요?


손바닥은 침으로 범벅되긴 했지만요.



알파카 월드 내 카페에서

커피를 한 잔 시켜 먹었습니다.

슬리브에 이런 글귀가 있더군요.


쉬는 것도 연습이 필요하지요.


저는 이 문구가 정말 공감이 됐습니다.

쉬는 게 쉬운 게 아니라는 걸 알고 있었기 때문이죠.


한 번도 제대로 쉬어보지 못한 사람은

잘 쉬는 방법을 몰라요.

저희 부모님처럼 말이죠.


그래서 많이 경험해야 합니다.

여행도 가보고, 맛있는 것도 먹어보고!

하다보면 재밌거나 즐거운 게 생기고,

몰랐던 걸 발견하게 되고 그러거든요.


아마 저희 부모님도 이제서야 막 쉬기 시작하셨기 때문에

당분간은 쉬는 연습을 하시느라 시간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여러분은 잘 쉬고 있나요?


쉬는 것도 연습이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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