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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이 되는 방법

안주철

혼자 밥을 먹어도 외롭지 않다. 식탐 때문에

혼자 밤늦게 산책을 해도 두렵지 않다.

미인이 쓰러져 뒹구는 술집 근처에 살기 때문에

책을 읽고 내용을 정리하지 않아도

말할 사람도 없고

애써 기억할 필요도 없기 때문에


친구를 만나도 심심하다.

친구는 사라진 일자리에 빠져 있고

나는 옆 테이블에 앉은 미인의 다리가 궁금해서

아내와 통화를 해도 할 말이 없다.

애인이라도 생겼다면 거짓말이라도 정성스럽게 할 텐데.

여행지에 도착해서도 신기한 것이 하나도 없다.

사진을 몇 장 찍으며 나를 속인다.


혼자 밥을 먹으면 눈물이 난다. 식욕이 없어서

혼자 산책을 하면 외롭다. 상점이 모두 문을 닫아서

혼자 영화를 보면 구석에 혼자 가서 울고 싶다

등이 갈라지면서 또 하나의 내가 기어나와

갈라지 등을 두드리며 나를 위로해 줄 것 같아서


혼자 기차를 타고 집으로 돌아갈 때 집을 지나친다.

더 오랫동안 집으로 돌아가기 위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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