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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의 ​미발


​여생의 예의
바람을 잘 느끼기 위해 머리를 길렀다
시간을 잘 느끼기 위해 오지 않을 것을 기다린다
몸을 줍지는 않는다
여생의 예의란 그런 게 아니지
살아 있지 않는 것과 죽어 있지 않은 것이 공평하게
시간을 빌리는 것인데
시나브로 몸을 영결하는 오후
막 병실을 들어온 신참 환자처럼 오늘은 이빨이 맑다
근성이라고 할 것 까지는 없어
잠든 사이 나도 모르게 이빨이 물었다 오는 것은 무엇일까
..., 일어났어?

​우연의 방
서로의 알람이 되어가고 있는 방
열은 높은데 몸은 느리고
우리는 있는 힘을 다해 남아 있는 것이다
늘 처음 같아서 미리 와 있는 것 같은
서로의 우연이 되어가고 있는 것
우연이라고 해서는 안될까
잠은 점점 멀리서 오고
몸을 기다리는 현기와
제 무렵을 맡겨오는 그림자
나는 잠 속에서 손을 꺼내 눈을 만져본다
모든 날씨와 두절된다

​광장묘지
이봐요, 거기도 묘지입니까
광장 북쪽 무렵을 건너는
살아 있지 않은 자들의 기나긴 꿈속
그림자는 그 자리에서 얼어붙어 있따
거기도 비어 있습니까 꼭 들어야 하는 말이 있는데
살아 있지 않은 자들의 불면이
그림자에 내려앉는 그림자를 가만히 듣고 있다
왜 비석은 머리맡에 두라는 걸까
몇기의 전생이 자신을 돌아눕고
내 몸에서 점멸하는 손톱십자가

​그리고 9월이
창가를 서성이고 있다
눈은 왜 감겨주는 것일까
모든 무렵에는 불가피한 망설임이 있다
다만 전등을 끄기 위해 먼 거리를 온 것처럼
여생이란 이쪽 창이 식어가는 어떤 무렵
그때 남은 눈을 망설여 본다는 것
나는 내 눈을 감겨주고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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