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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입사원 시절 황당했던 경험이 있다. 사업전략팀에서 일하던 시절, 부사장에게서 어떤 미션을 받아 사수 한명과 회의실에서 밤 늦게까지 도식을 어떻게 그릴지 고민하고 있었다. 몇 시간동안 고민해도 괜찮은 도식구조가 떠오르지 않았다. 그러다가 뭔가 딱 아이디어가 떠올라서 사수에게 이렇게 저렇게 그리면 어떠냐고 아이디어를 냈다. 내 생각엔 최선의 도식이었는데 사수의 반응이 오묘했다. 

"음.. 뭐 나쁘진 않은데.. 음.."

그래서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 고민을 하게 되었고, 같은 팀원 선배가 뒤늦게 회의에 합류했다. 몇 분이 지나고, 뒤늦게 합류한 선배가 이렇게 하면 어떻겠냐고 하면서 보드에 도식을 그리며 설명하기 시작했다. 사수가 긍정적으로 반응하기 시작했다.

"오.. 괜찮은데?"

 미치고 팔짝 뛸 노릇이었다. 도식이 내가 아까 낸 아이디어와 95% 똑같았기 때문이었다. 뒤늦게 합류한 선배는 다른 업무로 회의실을 나갔고, 나와 사수가 남았다. 사수에게 항의(?)했다.

"아니, 아까 제가 낸 아이디어랑 완전 똑같잖아요. 근데 왜 아깐 쏘쏘라고 했어요?"

 선배가 웃으며 답변했다. "그게 좀 미묘하게 달라"

그렇게 나는 8년차가 되었고, 또 다시 비슷한 경험을 했다. 근데 이번엔 내가 사수의 입장이다. 사수의 입장이 되어보니 '미묘하게 다른 점'이 뭔지 알게 되었다. 바로 과정의 논리였다. 다른 말로 하면, 논리성, 개연성, 합리성을 포함한 사고력이라고 할까? 똑같은 아이디어를 내도 평가가 달랐던 이유는 그 아이디어가 최선의 안이라고 선택한 근거와 논리, 설명의 적합성의 차이였다. 아이디어는 사실 사람마다 큰 차이가 없다. 그 아이디어를 어떤 근거로 잘 설명하여 납득시킬 것인가가 핵심이다.

 주니어 사원들은 어쩔 수 없이 경험치나 사고력이 부족하다보니 본인이 생각한 것을 논리적으로 설명하는 게 부족하다. 그러다보니 스스로 좋은 아이디어라고 생각했지만 까일 가능성이 높은거다. 하지만 주니어 입장에서는 신입이라 무시하는 거라고 오해할 수 있는 건 당연한 일이다. 최근에 부서에서 어떤 안건을 가지고 회의를 하다가 내가 해결방안을 정리해서 말하니 주니어 사원이 나에게 이런 말을 했다.

"그게 제가 말한 제안이예요"

그간 직책도 없고 연차가 낮아 의견이 무시당했다고 생각했던 숱한 경험들이 떠올랐다. 지금의 나도 마찬가지지만 주니어땐 특히 제안 자체가 아니라 제안의 근거와 이유를 생각하는 연습이 필요할 듯하다. 똑같은 제안인데 왜? 라는 생각은 큰 착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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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선생 프로필

생각에 대한 콘텐츠를 만드는 작가& 생각 테라피스트

연세대학교 국문학 졸업

전 대기업 전략팀/교육팀 담당자

현 대기업 채용팀 담당자

현 상담심리 석사 과정 중

성격 검사 전문가(MBTI, MMPI-2, TCI)

ABH 국제공인 hypnosis 상담 전문가

TPTF 국제공인 Parts therapy 상담 전문가

EFT 상담 전문가

NLP프렉티셔너

우스이&카루나 레이키 힐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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