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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선생의 생각

1. 배려석이라고 한 이유

 정확한 명칭은 임산부 '배려석'이다. 전용석이 아니라 왜 배려석일까? 아마 상황의 유연성을 고려한 명칭이 아닐까 싶다. 아무래도 임산부가 많지는 않다보니 고정 좌석으로 소비될 비효율적인 전용석 보다는 사람들간 배려로 사용할 수 있도록 배려석으로 만들지 않았을까? 혹은 임산부를 배려하자는 취지를 강조하기 위해 일부러 배려석이라고 했을 수도 있겠다. 하지만 그건 만든 사람들 생각이고 사용하는 사람들에게 배려석인지 전용석인지는 중요치 않다. 아니 배려석인지 전용석인지 궁금해 하지도 않는다. 그래서 배려석인지 전용석인지 구분하는 것은 문제 해결에 중요한 요소는 아닌 것 같다.

2. 시민 의식 함양은 쉬울까?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까를 생각해 봤을 때, 쉽게 생각해 볼 수 있는 것이 시민 의식 부족이다. '성숙한 시민 의식을 가진 사회에서는 배려가 필요한 사람에게 배려해 줄 것이다' 라는 전제다. 그러면 시민 의식을 성숙하게 함양하는 것이 해결책이 될 수 있겠다. 시민 의식은 어떻게 높여야 할까? 어려운 문제다. 사회적 캠페인을 할 수도 있겠고, 공교육에서 다룰 수도 있겠다. 혹은 미디어를 통해 문화적으로도 풀 수 있겠다. 하지만 시민 의식을 높인다는 것은 단기간에 되는 일이 아니다. 정치, 사회, 문화적으로 노력해야 하며 점진적으로 변화해 가는게 시민 의식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임산부석에 임산부가 편히 앉기 위한 해결책이라고 하기엔 요연한 해결 방안이라고 볼 수 있다.

3. 관점의 전환

 생각을 바꿔보자. 지금까지 우리는 '어떻게하면 사람들이 임산부에게 자리를 양보하게 할 것인가?'로 생각해 왔다. 좀 더 공격적으로 생각을 바꿔보자. '어떻게하면 애초에 사람들이 임산부석에 앉지 못하게 할 것인가?

 말을 조금 더 바꿔보자. '어떻게하면 사람들이 임산부석에 앉는 걸 어색하게 만들까?' 이렇게 접근을 시작해보면 시민 의식 함양이라는 거시적인 해결책보다는 미시적이고 현실적인 해결책이 나올 수 있을 것이다.

 생각해보자. 임산부석에 임산부가 아닌 사람이 앉을 때 어색함을 느끼게 하려면, 그 좌석을 일반 좌석과 확연히 다르게 임신을 한 사람만 앉는 좌석임을 강조하면 되지 않을까?

4. 공항철도의 지혜

 공항철도의 임산부석은 이런 관점으로 만들어진 해결 방안을 보여준다.

 좌석옆 기둥에 끈으로 인형을 묶어 두었다. 위 사진을 보면 작지 않은 크기의 인형이 임산부 배려석이라는 팻말(?)을 들고 있다. 이 자리에 앉으려면 이 인형을 들고 있어야 하고, 자연스럽게 팻말을 남들에게 보여주게 된다. 물론 거꾸로 해서 안보이게 할 수 있지만 이 인형이 임산부석을 상징한다는 인식이 퍼지면 숨기는 것도 한계가 있을 것이다.

 놀랍게도 공항철도를 실제 이용했을 때 만원이 되었는데도 임산부석에 아무도 앉지 않았다. 저 인형만 덩그러니 놓여 있고, 사람들은 그저 서 있을 뿐이었다. 반면, 일반 지하철로 갈아 탔을 때, 핑크 시트만 깔린 임산부석에는 놀랍게도(?) 다른 자리가 남아있는데도 임산부석에 앉는 사람이 꽤 있었다. 그저 인형하나만 묶어 두었을 뿐인데 사람들이 이렇게나 배려(?)를 하기 시작했다.


 위 아이디어는 굉장히 넛지스러운 방식이다. 아주 작은 변화지만 임산부가 아니라면 쉽사리 앉기 어렵게 만드는 심리적인 유도 방식이기 때문이다. 사람들의 행동을 바꾸기 위해서는 직접적으로 사람들의 의식 수준을 바꾸는 방법도 있지만, 현실적으로는 인간의 심리를 이용해서 행동 자체를 바꾸는 게 더 효과적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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