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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회사에 갓 입사한 남자가 있었다. 꽤 좋은 대학을 나온 남자는 논리적이고 똑똑했으며, 입사한 회사에서 제대로 능력 발휘해서 성공하고 싶은 마음이 매우 컸다. 그렇게 입사 후, 열심히 일하던 중에 본부장이 변경됐다. 

 새로온 본부장은 꽤나 엉뚱하고, 괴팍했다. 스스로를 매우 오픈된 사람이라고 이야기했지만, 회의를 하다보면 막말은 기본이고, 자기 마음에 들지 않으면 얼굴이 벌게져서 흥분하곤 했다.

 어느날, 본부장은 자신이 새로 만든 제도를 팀원들에게 발표하는 시간을 가졌다. 남자가 보기에 제도의 취지가 전혀 납득되지 않았고, 운영 방식은 더더욱 이해가 가지 않았다. 

 발표가 끝난 후, 본부장은 궁금하거나 이견 있는 사람이 있다면 말하라고 했지만 아무도 말하지 않았다. 남자는 울화통이 터졌다. 

‘와.. 이걸 보고 아무도 반박을 안 하네, 팀장들이 몇명인데..다들 바보인가? 저런 제도를 보고 아무 생각도 안 들다니..’

 남자는 결국 번쩍 손을 들어 문제점을 지적하고 반박했다. 그리고 몇 달 뒤, 남자의 부서장은 다른 지사로 발령이 났고, 해당 부서는 폐지됐다. 그리고 남자는 다른 부서로 이동했다.

 몇 년이 지난 후, 본부장은 바뀌었고 다른 부서에서 근무하게 된 남자는 부서장과 옛날 이야기를 나누다가 본부장 얘기를 꺼냈다. 

“아직도 기억이 생생해요. 팀장이라는 사람들이 그 말도 안 되는 제도를 보고, 아무 생각도 못했다니..” 

그러자 부서장이 말했다.

다들 잘못 됐다고 생각했지. 다만 그때 본부장은 대화가 전혀 안 통하는 사람이었고, 말해봤자 들을 사람도 아닌데 괜히 말해서 피해보기 싫었던 거지. 팀장들이 몰라서 아무 말 안한 게 아냐. 그때 네가 패기있게 얘기하는 거 보고 속으로 얼마나 웃었는지 몰라! 뒤끝 장난 아닌 사람이었는데..


 연륜의 중요성을 보여주는 이야기다. 연륜이 있는 사람은 눈 앞에 일에 일희일비하지 않고, 감정적으로 행동하지도 않는다. 아마 성장의 높은 단계에 연륜이 있지 않을까 싶다. 

사람은 살아가며 자연스럽게 성장하게 되어 있는데, 성장은 보통 계단식으로 이루어진다. 근데 이 계단은 바보 계단처럼 생겼다. 바보 계단이란 계단의 보폭이 넓은 계단을 말한다.

 바보 계단을 보면 알 수 있듯이 한 번 성장을 하고 나면, 그 다음 성장까지 꽤나 시간이 걸리는데 이 기간동안 두 가지를 경험하곤 한다.

 첫 번째는 매너리즘이다. 더 이상 성장하지 못하고 정체된 상황으로 인해 슬럼프에 빠지는 시기이다. 두 번째는 오만함이다. 이 두 번째 케이스는 몇 단계 성장을 이루었을 때 발생하는데 어중간하게 머리가 컸을 때라고 보면 된다. 자신이 알고 있는 지식이나 경험이 큰 볼륨으로 세상에 적용된다고 믿고 있어, 남을 무시하게 된다.

  나이를 먹는 게 성장의 필수 요소라고 할 수는 없다. 하지만 나이를 먹는다는 것은 많은 경험을 한다는 말이고, 이 경험치라는 것은 지식이나 논리로는 커버할 수 없는 것들이다.  예를 들어 고객사를 줄여야 하는데 데이터 상으로는 A클라이언트의 매출이 가장 적다. 논리적으로 보면 A사와 계약 해지가 맞겠으나 A사가 다른 기업들과의 관계에서 큰 형님 역할을 맡고 있다면 상황은 달라진다. 클라이언트 사이에서의 관계를 경험하지 않고, 단순 매출 데이터로만 접근하면 절대 알 수 없는 정보들이다. 이런 일들은 기획자와 영업자 사이에서 비일비재하게 일어난다.

 눈에 보이는 것이 전부는 아니다. 연륜이 있는 사람들은 보이지 않는 많은 것들을 고려한다. 그래서 연륜을 무시할 수 없다. 성장의 계단을 한 단계 올라갈 때마다 겪는 고통과 시행착오가 쌓여 연륜이 되는거다.

반전

너무 경험치만 밀어 붙이면 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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