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모르게 아파진다고?
결혼을 하고나서 아내 몰래 스투키라는 식물을 샀었다. 나름 집을 좀 건강하게 꾸미고 싶다는 마음에 공기정화 식물을 찾던 도중 스투키가 가장 강력(?)한 것으로 추천 받았기 때문이었다. 여튼 세덩이가 크게 난 스투키 화분을 거금 5만원을 주고 사왔다. 꽃집 아저씨 말로는 20일에 한번씩 물 반컵 정도만 주면 되는 키우기 쉬운 식물이라고 들었기 때문에 키우는데 큰 두려움은 없었다. 그래서 뭐 20일을 딱 세진 않았고, 생각날 때쯔음 물을 주곤 했었다. 작년 6월에 결혼했으니 스투키를 산지 약 11개월 정도 된 상태다. 왠일인지 오늘 스투키에 눈이 가서 보게 됐다.
소름! 충격! 경악!
이 무슨 일인가!! 세둥이중 하나의 덩이가 말라비틀어져 있었다. 그것도 쪼글쪼글하게 말이다. 만져보니 안에 내용물도 굉장히 작아졌고, 겉은 비닐 껍데기처럼 내용물과 별개로 놀고 있었다. 바로 물을 주고, 햇볕을 받을 수 있게 밖에 내 놓았다.
너무나 충격스러운 사건에 정신머리를 잠시 놓고선 내가 물을 얼마나 안준건가하고 생각해보니 2~3주 전에 물을 준 것 같았다. 그리고 다른 두 덩이는 멀쩡한 걸 보니 물을 안줘서 그런거 같진 않고... 근데 그게 중요하게 아니고, 저렇게 뼈다귀가 될 정도로 모르고 있었다는 게 스투키에게 너무 미안했다. 저 지경이 될 때까지 모르고 있었다니...초기에 알았더라면 이렇게까지 되진 않았을 텐데...
스투키 사건으로부터 이런 생각이 들었다. 인간 관계나 우리 몸과 마음도 이렇지 않을까?
잘 모르고 있었는데 점점 악화되어가는 관계가 있지 않을까... 모르고 있었는데 점점 소원해지고 오해가 쌓여가는 관계가 있지 않을까..
잘 모르고 있었는데 내 몸이 병들고 가고 있는 부분은 없을까.. 예를들면 무릎이나.. 어깨.. 눈.. 인지 하지 못하고 있었는데 어느 날 산더미처럼 크게 퍼져 고통으로 다가오진 않을까?
잘 모르고 있었는데 내 마음이 아픈 곳은 없을까? 외로움이나 슬픔, 두려움 같은 게 있는데 모른 척하고 혼자 내비두고 있는 것은 없을까..
스투키는 안방에 테이블 위에 있었다. 정말 가까운 곳에서 나와 함께 자고 있었는데 난 왜 스투키가 병들어 가는 걸 모르고 있었을까? 내 옆에 있던 스투키가 이렇게 된 걸 보니, 분명 내가 모르는 곳에서 관계가 안좋아 질 수도, 내 몸이나 마음이 안좋아 질 수도 있겠다는 경각심이 든다. 앞으로 내가 놓치고 살고 있는 것은 없는지, 조금 더 신경써야 할 필요를 느낀다.
모든 게 다 똑같겠지만 특히 사람과 건강은 한 번 잃으면 회복되기 참 힘들다. 내가 사랑하는 사람과 내가 사랑하는 몸과 내가 사랑하는 마음을 잘 챙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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