죄송합니다라는 그 한마디
문득 불쾌했던 경험이 떠올랐다.
아이폰을 사기위해 중고 거래를 하게 된 적이 있다.
저녁에 지하철역 출구 앞에서 직거래를 약속했다.
좀 일찍 도착하게되어
주변을 어슬렁 어슬렁 거리고 있었는데
중고거래에 대한 불안감이 엄습해 왔다.
특히나 아이폰은 사기가 많았기 때문이다.
공기계인지 확인하기 위해
근처 대리점을 가라는 인터넷 팁이 떠올랐다.
다행히 출구 바로 앞에 휴대폰 대리점이 있었다.
문을 열고 들어갔다.
우락부락하게 생긴 덩치큰 시커먼 아저씨가
가볍게 내게 인사를 한다.
나는 조심스레 말을 꺼냈다.
"저기 죄송한데요.."
이 말을 꺼내자마자
아저씨 얼굴이 무표정하게 바뀌기 시작했다.
나는 말을 이어나갔다.
"제가 중고폰을 거래하...."
말을 하기도 전에
아저씨는 인상을 팍 쓰며 "안사요"라는 말고 함께
손사레 치기 시작했다.
나는 다시 말을 꺼냈다.
"아니 중고폰 팔려는게 아니라요. 제가 중고폰을 거래하려고 하..."
그러더니 아저씨가 언성을 높이며 나가라고 압박을 줬다
"안한다고요!"
어쩔 수 없이 나는 말도 못꺼내보고 쫒겨났다.
순간 굉장히 불쾌감을 느꼈다.
내가 뭐라고 하는지 듣지도 않고 거부를 했다.
설사 공기계인지 확인해주지 않는다고 하면
안해준다고 말해주면 그만인 것을 말이다.
불현듯 이런 기억이 떠오른 이유는 알 수 없으나,
이 기억과 함께 또 다른 생각이 떠올랐다.
'나는 이 아저씨처럼 행동한 적은 없었나?'
바로 생각이 났다.
전단지 아주머니!
전단지 아주머니가 뭘 주려고 하면
나는 쳐다보지도 않고 무시하고 지나간 적이 많았다.
그저 죄송합니다 한마디만 하더라도
주시는 분의 기분이 괜찮지 않았을까 생각이 들었다.
'그 아저씨랑 나랑 다른 게 뭘까?'
타인의 생각이나 말을 완전 무시하는 것에서
다른 점이 없었다.
거절은 할 수 있다.
누가 항상 OK만 할 수 있겠는가...
가장 무서운 게 무관심이라고 했다.
그렇게 생각하니
그간 스쳐 지나갔던 아주머니들께 미안한 마음이 든다.
그저 죄송합니다라는
말 한마디만 했더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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