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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문을 읽고, 사회 돌아가는 일에 관심이 많은 사람을 흔히 지성인(?)이라고 부르곤 한다. 이것저것 많이 알고 있으니 뭔가 많이 알고 있는듯 하기 때문이다. 예전과 달리 요새는 인터넷 신문을 많이 읽는데 인터넷 상의 기사 퀄리티가 그리 좋다고만 볼 수는 없다. 물론 그렇다고 종이 신문은 괜찮냐? 그것도 딱히..


글은 어쩔 수 없이 사람의 생각에 영향을 준다. 글은 언어로 되어 있고, 언어는 사람이 만든 것이고, 사람의 만든 것은 불완전하고, 불완전 하기에 중립적일 수 없기 때문이다. 중립적으로 쓰려고 해도 중립적일 수 없는데, 목적과 의도를 가지고 쓰면 더더욱 위험할 수밖에 없다.




1.  Frame

글이 있으면 글을 쓴 사람이 있다. 글을 쓰려면 주제와 내용이 있어야 하는데 이는 글쓴이의 생각에서 출발한다. 이는 글쓴이의 가치 기준으로 판단된 글이 작성된다는 말이다. 간단히 말하면 글쓴이가 가지고 있는 프레임에 따라 글의 DNA가 생긴다는 말이다.


예를 들면 이런 거다.

사건 : oo 앵커가 ㅁㅁ 아나운서와 불륜이라는 찌라시가 돌고 있음

A 기사 헤드라인 : OO앵커, ㅁㅁ 아나운서와 불륜 혐의!

B 기사 헤드라인 : OO앵커, 명예훼손으로 강력 대응!


사건은 하나인데 바라보는 시점이 다르다. A기사는 미확인된 사건임에도 불구하고,  OO앵커의 소문을 부각함으로써 대중들에게 OO앵커와 불륜이라는 키워드를 각인시킨다. 글쓴이가 OO앵커에 대해 부정적인 프레임을 가졌다고 볼 수 있다. 반대로 B기사는 OO앵커를 일단 보호하는 프레임이다. OO앵커가 잘못이 없다는 느낌을 줄 수 있는 문장이기 때문이다. 


이렇게 글쓴이의 프레임에 따라 기사의 헤드카피와 내용의 느낌이 확 달라진다. 모든 기사는 중립적이라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절대 중립적일 수 없다. 그래서 기자가 특정 프레임을 가졌다는 걸 감안하고 기사를 읽어야 한다. 기자의 글쓰기 역량에 따라 노골적으로 프레임이 드러나기도 하고, 매우 교묘하게 숨어져 있기도 하다. 




2. Choice

대중들은 흔히 신문에 모든 사건과 정보가 담겨 있다고 믿는다. 하지만 신문에 들어가는 내용은 신문사에서, 그 안의 편집국장이 선택한 사건과 정보만 있을 뿐이다. 의도적으로 동일한 주제에 대한 사건과 정보만 반복해서 내보낸다면 당연히 대중들은 세뇌될 수밖에 없다.


예를 들면 이런 거다.

A사의 일주일간 기사 : 어린이 3법 연내 통과 무산, 트럼프 지지율 하락, 한국항공 경영권 위기, 구제역 긴급 백신 배포 등..

B사의 일주일간 기사 : 대통령 딸 특혜 의혹, 대통령 아들 병역 혜택 의혹, 대통령 공개 일정 역대 최하위, 대통령 지지율 하락 등..


의도적으로 한 주제에 대해, 그리고 프레임을 씌워 반복해서 내보내면 대중들은 해당 정보에 익숙해지고, '문제가 있긴 한가 보다'라고 생각할 수밖에 없다. 특히 특정 신문 1개만 보는 사람일수록 더욱 편협해질 수밖에 없다.





3. Skip

내용에 객관성을 부여하기 위해 주로 사용하는 것이 데이터다. 데이터와 숫자를 통해 기사의 신뢰도와 객관성을 확보하곤 하는데 여기서도 의도적인 장난질이 가능하다. 가장 중요한 "데이터 기준"을 숨기고 단순 비교하는 방법으로 말이다.


예를 들면 이런 거다.

헤드라인1 : A기업 평균 연봉 1억!

헤드라인2 : 공무원 연금, 국민 연금보다 2.5배 높아


'A기업 평균 연봉 1억'이란 제목은 평균의 함정을 사용했다. 실제로 전 직원 100명 중에 90명은 각각 연봉 3천만 원, 임원 10명은 각각 연봉 7.3억 원이면 A기업 평균 연봉은 1억이 된다. 단순히  A기업 평균 연봉 1억이라고 하는 것은 대중들에게  A기업에 다니는 직원들은 돈 많이 받고 있는 사람들이다라는 인식을 심어주려는 의도적인 표현인 것이다.


'공무원 연금, 국민 연금보다 2.5배 높아'라는 제목은 이를 접하는 사람에게 공무원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갖게 한다. 공무원 연금은 국민 연금보다 높을 수밖에 없다. 예컨대 공무원과 회사원이 각각 월급이 200만 원으로 동일하다고 했을 때, 공무원은 연금으로 50만 원이 빠진다면 회사원은 20만원이 빠져나가기 때문이다. 


많이 내고 많이 받는 상황인데 단순히 결과 값만 내세우면 그걸 본 대중들은 당연히 '공무원 연금과 국민 연금을 통합해서 운영하라'거나 '국민 연금도 그만큼 올려줘라' 혹은 '공무원 연금을 내려라'라는 식의 의견을 표하곤 한다.




속지 말자

요즘 언론을 보면 참으로 개탄스럽다. 위 세 가지 전략을 너무나 노골적으로 사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직장인이다 보니 어느 정도 사용할 수밖에 없는 상황은 이해하지만 정도가 다소 심한 것 같아 나쁜 의도를 가지고 국민들을 선동하려는 게 아닐까 하는 의심도 든다. 


기사든 책이든 편협하게 읽으면 상당히 위험하다. 어떤 사건이 있다면 다양한 관점의 기사를 보고, 여러 전문가의 의견도 함께 들어봐야 한다. 언어는 우리 생각보다 굉장히 위험한 도구이기 때문이다.


속지 말자! 특히 어르신들!


# 참고로 특정 정당 옹호론자는 아니며, 선동되지 말자는 의미에서 이 글을 썼음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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