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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회사에서 선진 조직문화를 벤치마킹하기 위해 조직문화가 좋다는 기업을 탐방하곤 한다. 내가 다녔던 2개 기업 모두 대한민국에서 기업문화로는 TOP에 있던 회사다보니 여기저기에서 미팅 요청이 들어오곤 했다. 이유는 선진 조직문화에 대해 파악하기 위함이지만 실제론 자기들 회사에 적용하기 위함이었을 거다. 오늘은 많은 HR담당자들이 관심가질 만한 좋은 조직문화를 만드는 방법에 대해 내 경험과 생각을 나눠보고자 한다.

 


 

좋은 회사의 조건은 무엇인가?

우선 조직문화를 말하기 앞서 중요한 주제부터 이야기 해보자. 좋은 회사란 무엇일까? 이 질문에 대한 답변은 경력직과 신입을 막론하고 다양하게 나온다. 연봉, 복지, 동료, 리더, 성장, 비전, 조직문화 등등 말이다. 이 요소들을 충족시킬 수 있는 기반이 되는 것이 회사의 재무상태다. 간단히 말하면 돈 잘 버는 회사란 말이다. 물론 돈은 잘 벌지만 위 요소들을 충족시켜주지 않는 CEO나 오너가 있을 수 있다. 그건 어쩔 수 없지만 전제 조건은 돈을 잘 벌어야 하는 건 맞다.

 

회사에 부채가 적고, 매출이 잘 나오고, 영업이익률이 높으며, 지속적으로 성장하고 있다면 재무상태가 안정적일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직원들의 연봉 수준이 높을 수밖에 없다. 상여금도 빵빵하게 나올 수 있다. 복지의 경우도 회사에 돈이 많으면 의료비 지원이나 대출 지원 등에 자금 지원을 잘 해줄 수 있다. 시설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돈이 있어야 어린이집을 짓고, 헬스장을 짓고, 카페를 지을 수 있다. 동료와 리더는 어떨까? 회사가 자금 압박에 시달리고, 성장이 정체되어 있다면 임원들이 예민해지고, 분위기가 삭막해지며, 작은 실수에도 민감하게 반응하게 된다. 당연히 리더와의 관계나 동료와의 관계가 화목하기는 어려운 분위기가 형성된다. 개인의 성장도 마찬가지다. 자금이 넉넉해야 교육에 투자할 수 있다. 교육에는 직무교육도 있을 것이고 리더십 교육도 있을 것이다. 혹은 자기계발을 위한 직무외투자도 가능하겠다. 기업의 비전도 회사가 새로운 성장동력에 투자할 기회가 많아야 가능성이 높아지겠다. 지금까지 말한 많은 요소들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는 것이 회사에 돈이 많아야 한다는 것이고, 간접적인 영향을 주는 게 조직문화라고 할 수 있겠다.

 

OOO의 조직문화를 배우러 왔습니다

많은 HR담당자들이 선진적인 조직문화를 배운다는 명목으로 기업을 탐방한다. 일반적으로 생각하기에 좋은 조직문화라는 것은 무엇일까? 아마도 어느정도의 자유로운 분위기에,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샘솟는 분위기, 소통이 원활한, 회사 다니기 즐거운, 개인이 성장한다고 느끼는, 리더와 팀원이 조화롭게 일하는 등등이 아닐까 싶다. 

 

그런데 탐방한다는 HR담당자들이 주로 집중하는 게 정책과 프로그램이다. 조직문화를 위해 어떤 행사 혹은 어떤 프로그램을 돌리고 있는지 말이다. 예를 들어 호칭을 무엇으로 사용하는지를 보면 '님'호칭을 사용한다는 자체를 중시하고, '님'호칭을 전사적용할 때 제대로 돌아가는지를 묻는다. 잘 돌아간다고 하면 자기 회사로 돌아가서 '님'호칭을 쓰는 취지는 무엇이며, 그렇게 했을 때 장점이 무엇이고, 실제로 잘 돌아간다고 보고를 하는 방식이다. 다소 극단적인 예시긴 하나 이런 식으로 단편적인 요소에 집중한다는 의도만 이해해주기 바란다.

 

조직문화는 정책이나 프로그램으로 만들어 가는 게 아니다.

 

 

조직문화는 무엇으로 만들어 지는가

조직문화에 대해 이러쿵 저러쿵 전문가인 것처럼 말하는 게 조심스럽긴 하지만 10여년간의 직장생활 경험을 바탕으로 정리한 개인의 생각이란 점을 참고하길 바란다.

 

조직문화는 여러가지 복합적인 요소로 구성된다. 예를 들어 수평문화 정착을 위해 '님'호칭을 적용한다고 치자. 호칭제도는 공식화 했는데 임원이라는 사람들이 의전을 중시하거나, 부장님, 상무님으로 불리는 걸 더 좋아한다면 과연 '님'호칭 제도가 잘 굴러가겠느냐는 말이다.

 

빠르고 실용적인 방향으로 일하는 문화를 바꾼다고 치자. 워드나 PPT, 이메일 형식의 과도하게 꾸미는 보고서를 지양하고, 간단하게 텍스트 위주로 보고하고 끝내는 방식으로 업무 툴을 변경하고자 한다. 요새는 슬랙, 아지트, 잔디 등 서비스가 많으니 말이다. 그런데 임원이나 리더들이 여전히 과도하게 꾸민 보고서와 이메일에 파일 첨부해서 보고하는 방식을 선호한다면 과연 업무툴이 잘 돌아가겠느냐는 말이다. 그리고 슬랙, 아지트, 잔디 등의 서비스는 모든 소통이 공개되는 방식인데 윗분들이 비공개 1:1 보고만을 선호하면 어쩌겠느냐는 말이다.

 

해외 유명기업에서 CEO가 전사원들과 자유롭게 소통하는 정기 행사가 있다고 한다. 취지도 좋고, 반응도 좋다고 한다. 이를 따라하는 국내 기업이 상당하다. 그런데 실제로 CEO가 직원들의 목소리를 듣고, 개선하려고 하고, 민감한 주제도 소통하려고 하지 않는데 행사만 한다면 어떻게 될까? CEO와 임원들은 보여주기식의 정보만 전달하고, 예리한 질문에 대해선 모호하게 답변하고, 질문한 직원의 리더는 뒤에서 그런 질문은 조심하라고 피드백을 주고... 허울뿐인 행사가 되버린다.

 

정리하면 조직문화는 정책이나 제도, 프로그램만으로 변화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조직문화는 CEO나 오너의 강한 의지, 업무툴, 임원들의 오픈 마인드, 리더의 솔선수범, 정책 및 제도와 프로그램 등 모든 것이 함께 돌아가야 변화될 수 있다. 

 

아주 개인적인 생각

조금 더 개인적인 생각을 풀자면 조직의 규모가 커질수록 정치가 심해질 수밖에 없는데 이 정도에 따라 조직문화는 상당히 영향을 받게 된다. 어느 회사는 시키지 않아도 일을 찾아서 주도적으로 일하라고 이야기하는데 어느 회사는 시키지 않는 일은 하지 말라고 이야기 한다. 이 차이는 해당 조직의 리더 성향을 고스란히 보여준다.

 

회사 직원들이 편하게, 본연의 업무에 몰입할 수 있게 지원해야 하는데, 실무자를 위한 업무툴이나 업무가이드를 윗분들 보고용으로 맞춰 선택하고 적용한다면 조직문화가 발전될 리는 없다. 직원들을 위한 조직문화보다는 윗사람에게 잘 보이기 위한 문화가 더 중요하기 때문이다.

 


 

요약이거나 하고 싶은 말이거나

  • 회사가 돈을 잘 벌어야 연봉/복지/성장/비전/조직문화가 좋을, 좋아질 가능성이 높다.
  • 조직문화는 단순히 제도/정책/프로그램만으로 바꿀 수 없다.
  • 조직문화는 리더/업무툴/정치/정책/제도/프로그램/사내시스템에 큰 영향을 받는다.
  • 그러니 조직문화를 바꾸고 싶은 CEO나 HR담당자는 마음 단디 먹고 싹 다 바꿀 생각을 해라.
  • 그리고 그 바꾸고 싶은 조직문화가 정말 좋은 조직문화일지는 신중히 생각해 보자.
  • 보수적인 문화가 꼭 나쁜 것도 아니고 개방적인 문화가 꼭 좋은 것만은 아니다. (업종/업태에 따라 더 궁합이 잘 맞는 문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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