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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헤드윅을 보다보면, 썸남인 토미가 헤드윅의 거시기를 만지고선 당황하자, 헤드윅이 분노하는 장면이 있다. 당연히 여자인줄 알았던 썸녀가 남자인 걸 확인(?) 했으니 멘탈 털린 토미의 마음도 이해는 간다. 분노한 헤드윅은 이런 대사를 내뱉는다.

"사랑하면 내 모든 걸 사랑 해야지! 내 다리 사이도!"

 

과연 사랑은 무엇이고, 사랑하는 사람은 어때야 하는 것일까? 오늘은 이 심오하면서도 답이 없는, 그러면서도 끝없이 토론거리가 되는 주제에 대해 이야기 해 보고자 한다.

 


 

사랑의 정의

사랑을 정의하기는 어렵다. 방송이고 책이고 멋진 말들로 설명 하고 있지만 정답을 누가 알랴. 그런 점에서 헤드윅이 말한 "사랑하면" 이라는 조건은 참으로 충족시키기 어려운 문제로 보인다. 사랑이 뭔지 정의하기 어려운데  "사랑하면"이라는 조건을 어떻게 알고 충족시키겠느냔 말이다.

 

그래도 일단 조건을 들어보기로 하자. 예를 들어 "사랑하면 내가 빚 10억 있는 것도 사랑해 줘야지" 이런 조건은 수용 가능할까? 아니면 "사랑하면 시한부인 나와 결혼해 줘야지" 같은 건 어떨까? 뭔 그지같은 예시를 드냐고 하겠지만 사랑의 정의가 명확하지 않다보니 결국 이런 사랑의 정의도 사람마다 다를 수밖에 없다는 취지의 예시다. 정리하면 "사랑하면"의 조건은 그 정의를 내린 사람에게는 맞는 말이라는 거다. 그 사람에게는 그게 사랑이니 말이다. 우리는 각자 나만의 사랑의 정의를 갖고 있다.

 

 

 


 

누구를 만나야 할까

많은 사람들이 "날 진심으로 사랑해 줄 사람"을 기다리곤 한다. 그런데 우리는 앞서 사랑의 정의가 사람마다 다르고, 그 조건도 다르다는 걸 알았다. 그러면 위 문장을 나눠서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날 진심으로 사랑해 줄", "사람" 이렇게 두 가지로 말이다.

 

"날 진심으로 사랑해 줄"을 위 예시로 바꾸면 "내가 빚이 10억이 있어도 사랑해 줄" 이다. 그런데 이 사랑의 정의는 다른 사람은 공감하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다른 사람은 본인만의 정의가 따로 있을테니 말이다. 그래서 우리는 각기 다른 사랑의 정의에 집중하기 보다는 그 정의를 공감해 줄 수 있는 "사람"에 집중해야 한다. 음.. 그런데 사람에게 집중한다는 게 무슨 말일까? 헤드윅이 분노하는 장면으로 다시 돌아가 보자.

 

"사랑한다면 내 모든 걸 사랑 해야지"에서 "내 모든 걸 사랑할 수 없는 사람이었구나"로 바뀌어야 한다.

 

쉽게 말하면 나만의 사랑의 정의를 상대방에게 강요해 봤자 득볼 일 없다는 말이다. 내가 꿈 꾸어 오던 판타스틱한 사랑에 사람을 끼워 맞추지 말라는 말이다. 재벌이지만 나의 10억 빚 때문에 헤어지자고 할 수 있고, 가난뱅이지만 나의 10억 빚은 상관없다고 할 수도 있다. 그럼 재벌은 사랑이 아니고 가난뱅이는 사랑일까? 본인의 능력으로 절대 갚을 수 없는 돈인데 상관없다고 하는 가난뱅이를 진정한 사랑이라고 할 수 있을까? 이 또한 누군가는 사랑이라고 할 것이고, 누군가는 사랑이 아니라고 할 것이다. 답은 없다. 다만, 내 사랑의 정의에 사람을 끼워 맞추면 세상과 사람이 싫어지고, 억울하고 분노할 일이 많이 생길 것 같다.

 


 

적지 않은 청춘들이 "남자친구라면...", "여자친구라면..", "사랑한다면.."의 조건을 기준으로 충족하느냐 마느냐에 따라 사랑이다 아니다를 판단하곤 한다. 하지만 사랑의 정의는 사람마다 다르다. 상대방이 내 조건을 충족 시키지 못 하지만 진심으로 나를 사랑하고 있을 수도 있다. 그러니 내 사랑의 정의에 사람을 끼워 넣지 말고, 사람에게 먼저 집중한 후에 그 사람과 나의 사랑의 정의를 생각해 보는 건 어떨까? 내가 모르고 있던 사랑의 방식은 반드시 존재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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