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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 화장실에 근 1년이 넘도록 풀지 못한 문제가 하나 있었다. 세면대에 물이 잘 빠지지 않아 세수라도 하게되면 세면대 절반이 물로 가득 차게 되는 문제였다. 처음엔 그리 심하지 않았는데 이사온지 2년이 지나면서 물이 심하게 내려가지 않았다.

 

1. 전주인이 시공을 잘못 했는지 세면대 배수구 벽면에 붙은 하수관 방향이 물이 내려가는 아래쪽이 아니라 위쪽으로 되어 있었다. 이렇게 되면 당연히 세면대에서 빠지는 물이 아래쪽으로 흐르지 못하고 역류하는 문제가 발생한다. 역류까진 아니더라도 세면대쪽의 물량이 많아져야 배수관으로 넘어가서 빠지게 된다.

 

2. 결국 아내와 나는 시공이 문제였으니 이 문제를 해결하려면 수백만원을 들여서 화장실 전체를 뜯어 고쳐야 한다는 결론을 내렸다. 하지만 살짝의 불편함 때문에 큰 돈을 쓰고 싶진 않아 참고 살기로 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날수록 물이 빠지지 않는 게 심해지는게 아닌가?

 

3. 아무래도 배수관에 찌꺼기가 많이 쌓인 것 같아서 배수관 세척액을 사서 부었다. 아마 이 짓을 여러 번 했던 것 같다. 누적해서 5리터는 족히 부었을 것이다. 하지만 아무리 여러 번을 부어도 세면대 물은 잘 빠지지 않았다. 결국 이 문제는 배수관의 역방향 문제라고 생각하고 참고 살기로 했다.

 

4. 불행인지 다행인지 세면대와 배수관을 연결하는 호스가 찢어지는 일이 발생했다. 새 호스를 사서 교체를 했는데 호스 내부에 적지 않은 찌꺼기를 발견했다. 새로운 호스를 갈아끼웠으니 이제 조금은 물이 더 잘 빠지겠거니 싶었다. 그런데 물이 더 안 빠지는 게 아닌가? 역시나 배수관 역방향 문제는 풀 수 없는 문젠가보다 하고 다시 넘겼다.

 

5. 어느 날 갑자기 아내가 화장실 청소를 하다가 나를 불렀다. 세면대 배출구에 머리카락과 찌꺼기가 엄청나게 끼어 있었다는 것이었다. 아내가 면봉으로 세면대 배출구 주변을 긁어내니 엄청나게 많은 머리카락과 찌꺼기가 나왔다. 찌꺼기를 다 끄집어내니 세면대에 물이 잘 내려가기 시작했다.

 

6. 문제의 원인은 아주 기본적인 곳에 있을 수도 있다. 머리 쓰고, 이리 저리 재다보면 본질에서 점점 멀어질 수 있다. 걱정과 고민이 들 때, 심플하게 생각해 보자. 어쩌면 문제가 아주 쉽게 풀릴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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