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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가 '부부의 세계'를 보는 관계로 거실을 오가며 종종 몇 장면을 보게 되었다. 어제 본 장면은 어떤 학생의 엄마에게 김희애가 사과하는 장면이었다. 아마도 김희애 아들이 다른 학생을 때린 상황인 듯 했다. 이 장면에서 김희애가 이런 말을 한다.

"우리 애가 그런 애 아니라는 거 아시잖아요"

그러자 학생의 엄마가 답한다.

"자기 애를 다 안다고 착각하는 엄마들이 있지"

김희애는 아들 역할을 수행하는 아들 모습만을 보고, 학생 역할과 친구 역할도 잘 했을 것이라고 믿었던 듯 하다.

 


 

1. 사람은 많은 타인들과 여러 이해관계를 거치며 다양한 역할을 수행하며 살아간다. 내 경우 1) 아들의 역할, 2) 남편의 역할, 3) 아빠의 역할, 4) 사위의 역할, 5) 회사원의 역할, 6) 부하직원의 역할, 7) 선배의 역할, 8) 후배의 역할, 9) 친구의 역할 등을 수행한다. 

 

2. 문제는 한 역할의 이해 관계자들은 다른 역할에 참여하지 않는다는 점에 있다. 아들 역할의 이해 관계자는 부모다. 부모는 아들 역할을 잘하고 있는 아들을 보며, 남편 역할이나 회사원의 역할도 충분히 잘 할 것이라고 판단할 수 있다. 

'우리 애가 공부도 잘했고, 성실하고, 착하고, 문제 안 일으키고, 예의 바르니까 회사에서도 충분히 승승장구 할거야'

사실 아들 역할은 잘 했을지 몰라도, 다른 역할에서는 똥볼을 차고 있지 말라는 법은 없다. 그리고 생각해보면 우리가 어머니를 보고 여자의 역할이나 아주머니들 간 친구의 역할을 어떻게 수행하고 있을지 생각해 본 적은 없지 않는가? (어머니께 들은 바로는 문화센터에서도 아주머니들간 패거리 문화와 왕따 문화도 있다고 한다)

 

3. 회사를 예로 들면 일을 매우 잘하는 실무자를 팀장으로 승진 시키는 경우다. 일을 잘하니 팀장도 잘 할거라는 단순한 이유만으로 직책 선임을 했는데 결국 실무자 역할에서 본인 일은 충분히 잘 해냈을지 모르겠지만 리더로는 빵점짜리가 되어버리는 결과가 발생한다.

 

4. 물론 한 역할을 잘 수행한다면 다른 유사 역할도 잘 수행할 능력이 있을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인간 자체가 완벽하지 않기에 모든 역할을 잘 수행하는 것은 불가능 하다. 애인과 회사원으로는 나이스 했는데 결혼하고 나서 배우자로서는 엉망이라 이혼하는 경우가 이에 해당 하겠다.

 

5. 때문에 한 가지 역할의 능력만 보고 '다른 역할도 충분히 잘 하겠거니'라는 섣부른 판단과 믿음은 위험하다. 물론 새로운 역할을 맡게 되면 처음에 버벅거릴 수밖에 없고, 어느정도의 시행착오와 시간이 필요하긴하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도 개선의 여지가 없는 사람처럼 타고난 기질이 있기도 하지만 자리가 사람을 만든다는 것도 사실이다. 어느정도 실무 일을 잘해서 팀장으로 승진 시켰더니 실무자 역할보다 리더의 역할을 압도적으로 잘 해내는 경우도 적지 않다.

 

6. 여기서 우리가 생각해야 봐야 할 것이 있다. 다른 역할의 이해 관계자가 될 수 없다고 하여, 한 가지 역할 수행만 보고 사람을 무작정 믿기 보다는 그 사람이 다른 역할에서는 어떻게 수행할지 여러 방면으로 관찰해 봐야 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애인과 식당에 갔는데 식당 종업원을 어떻게 대하는지 살펴보는 등의 방법으로 말이다. 물론 그렇게 해도 사람을 100% 알 순 없다. 하지만 이런 노력이라도 해야 사람에 대한 이해가 1%라도 올라가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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