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에도 온도가 있다
아내와 종종 엽서를 주고 받곤 한다. 여행지를 간다거나 기념일 때 말이다. 서로에게 해주고 싶은 말을 정성스레 엽서에 적은 뒤 서로에게 선물로 주는 것이다. 근데 아내와 나는 글 쓰는 스타일이 매우 다르다. 글에 녹아드는 소재와 영감을 주는 것들도 다르다.
나는 주로 논리적이고 감정이나 생각, 마음이 돌아가는 원리와 깨달음에 대해서 글을 쓴다. 그래서 영화나 드라마 등을 볼때도 메타포나 철학적인 부분에 집중해서 보곤 한다.
아내는 나와 반대다. 감성적이고 주로 의식의 흐름대로 글을 쓰곤 한다. 그리고 다큐멘터리나 역사, 우주와 같은 실제 사실에 대한 정보성 소재를 좋아하곤 한다. 그에 대해 자신이 느끼는 감정과 느낌을 글로 남기는 것이다.
그래서 아내와 주고받는 엽서뿐 아니라 아내가 읽어보라고 건네 준 글을 볼때면 주의해야 할 점이 있다. 내가 익숙한 글쓰기 습관으로 아내의 글을 읽으면 안된다는 거다. 내 습관대로 글이 체계적인지 논리적인지 통찰이 있는지 등등을 기준으로 보면 아내가 의도한 감성을 절대 느낄 수 없다.
굳이 구분해서 말하자면 나의 글은 이해를 해야하는 글이고, 아내의 글은 느껴야 하는 글이다. 느껴야 하는 글을 보고 이해를 하려고 하면 절대 느낄 수 없다.
글에도 온도가 있다. 상대방이 쓴 글을 오롯이 경험하려면 작가가 쓴 글의 온도가 어떤지 알아야 한다. 그래야 작가가 의도한 걸 최대한 경험해 볼 수 있다. 그렇지 않으면 자기 온도에만 맞춰 왈가왈부할 것이고, 이해해야 하는 글을 감성의 잣대로 비판하거나 느껴야 하는 글을 논리의 잣대로 비판하게 될지도 모른다. 추천하진 않지만 익숙하게만 살려면 자기 온도에 맞는 글만 찾아서 읽는 방법도 있긴 하다.
-
나를 알기 전보다
나를 알고 난 후에
당신의 삶이 더 좋아지기를
'창고 > 블랙 에세이'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이론과 실전의 차이 (0) | 2017.08.17 |
---|---|
척하면 척 알아듣고 말하다 (0) | 2017.08.15 |
클라스의 차이 (0) | 2017.08.10 |
내 직업 보고 만나는 거지? (0) | 2017.08.06 |
회사원의 삶이 지루한 이유 (0) | 2017.07.02 |
댓글
이 글 공유하기
다른 글
-
이론과 실전의 차이
이론과 실전의 차이
2017.08.17 -
척하면 척 알아듣고 말하다
척하면 척 알아듣고 말하다
2017.08.15 -
클라스의 차이
클라스의 차이
2017.08.10 -
내 직업 보고 만나는 거지?
내 직업 보고 만나는 거지?
2017.08.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