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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 후반이 되고, 30대가 되면서 선배, 친구, 후배들이 결혼을 하는 모습을 종종 보곤 했다. 그리고 난 아직도 여전히 변함없이 일관성 있게 싱글이다


어릴 적, 어른들의 영역이라고 생각만 했던 '결혼'이라는 이벤트가 내 주변에서 일어나다보니 이런저런 생각이 들었다2의 인생이 시작된다는 결혼, 그렇게 큰 이벤트인 '결혼'을 하는데 이 사람과 해야겠다는 확신은 어떨 때 드는 걸까?


미친 신뢰


회사에 친한 형과 늦은 밤 청계천을 걸으며 두런두런 대화를 나눈 적이 있다. 이 형은 결혼식 날짜를 잡아 둔 상태였고, 나에게 결혼식 사회를 부탁한 후였다.


", 언제 누나랑 결혼을 해야겠다는 확신? 생각이 들었어?"


사실, 우리 둘다 독신주의자까진 아니더라도

그냥 결혼 생각 없이 연애만 하려는 스타일이었는데

이런 생각이 들더라고.

이 사람이 나 말고 다른 남자를 만난다고 했을 때,

그 선택을 이해할 수 있다고 생각이 드니까

그 때 이 사람이랑 결혼해야겠다 싶더라.

이게 말하기 어려운 느낌인데.. 블라블라..


 놀라웠다. 이건 뭐랄까.. 기브엔테이크의 사랑이 아니라 상대방을 100% 신뢰할 때 결혼 생각이 들었다는 거 아닌가! 상대방의 그 결정조차 신뢰할 수 있다는 믿음! 본인이었어도 그런 결정을 했을 거라는 믿음! 그 정도의 신뢰가 느껴질 때 결혼 확신이 드는구나.. 그래 그 정도면 결혼할 수 있겠네.


대학교 동기 중에 속도위반으로 결혼을 한 놈이 있다. 속도위반 결혼이라 하니 안 좋게 볼 수도 있지만 개인적으로 존경하는 놈이다. 책임감도 있고, 양가 부모님께 손 안 벌리고 열심히 살고 있는 보기 드문 청년이기 때문이다. 이 놈에게도 똑같은 질문을 한 적이 있다.


", 언제 결혼 확신이 들까?"


여자친구와 결혼을 할지 말지 모르겠다면

이런 상상을 해보면 확실하지.

지금 임신했다고 연락 받았을 때

두려움이나 당황을 먼저 느끼는 헤어지는 거고

즐거움이나 행복함을 먼저 느끼면 결혼하는거지


 으아! 기똥차다. 이 놈은 천재인 것 같다. 굉장히 현실적이고, 바로 써먹을 수 있는 기준이다. 사실이 그렇다.  그냥저냥 호감을 가지고 사귀는 거라면 둘의 인생이 엮이고 책임을 갖게 되는 것에 두려움이나 당황을 느낄 가능성이 높다. 속된 말로 그냥 Enjoy 관계일 뿐이다. 그래둘의 인생이 엮이는 현실을 축복으로 받아들일 수 있을 때, 그 상대방과 결혼할 수 있겠다.


설레는 사람, 바른 사람 


2가지 기준 외에 개인적으로  그동안 소개팅, 미팅 한 돈으로 에쿠스 한대 살 돈을 탕진하며 깨달은 것이 있다


 이런저런 이성을 만나다 보니 분명 설레는 사람은 있었다. 이성적인 설렘, 두근거림. 하지만 뭐랄까.. 설렘 외에 불안정한 이 느낌은 무엇일까 하고 적지 않은 시간을 고민했던 것 같다. 분명 설레고 좋은데 연애하는 게 불안정하고, 불편하달까? 아무래도 그건 이성적으론 끌리는데 사람으로서 좋거나 존경할 수 없었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물론 이성적인 끌림도 개인적인 거고 바르다거나 사람 좋다는 기준도 개인적이다. 그래서 그냥 내 기준에서 바르게 살고, 정직하게 사는 사람을 만나면 행복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또 어떤 만남에서는 사람 좋은 분을 만나기도 했다. 교양도 있고, 매너도 있고, 착했다. 이야기할수록 속으로 '이 사람 참 좋은 사람이네,  진국이야'라는 생각이 쉴 새 없이 떠오르기도 했다. 근데  문제는 이성적인 끌림은 없었다는 거다. 그냥 올바른 가치와 생각을 공유하고 서로 대화하는 게  즐거웠을 뿐이다. 이성적 매력까지 확장시켜보기 위해 두세 번의 만남을 시도해 봤지만 좋은 사람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닌 감정으로 끝나곤 했다.


 그래서 결혼할 사람은 어떤 사람이어야 할까한다면 '설레기도 하고 내 기준에서 올바르게 산다고 느껴지는 사람'이 아닐까 싶다. 이성적으로 끌려야 '사랑'이라는 감정이 생기고, 내가 지향하는 삶의 가치가 얼라인 되어 있어야 정서적으로 '안정'이 되기 때문이다. 불안정한 연애를 몇 번 해봤는데 거짓말 안 하고 한 달 내내 얼굴이 새카매진다. 부시맨되는 줄.


 그래서 조심해야 할 건, 이성적인 끌림만 커서 나와 맞지 않는 사람임을 보지 못하는 것과 이성적인 끌림이 없는데 사람 좋은 것만 보는 것이다. 둘 다 끝이 좋지 않을 가능성이 상당히 농후하기 때문이다.



 결혼을 해야 할 시기가 다가오면 이 3가지를 생각해 봐야겠다.


그 혹은 그녀를 기대 없이 신뢰하고 있을까?

임신 소식을 들었을 때 행복함을 먼저 느낄까?

이성적인 끌림이 있고, 내가 생각하는 바른 사람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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