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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득 선배 놀이라는 말이 떠올랐다. 외국에서 살아보지 않아서 모르겠는데 한국에서는 초등학교때부터 선배들에게 기가 죽곤 했다. 나만 그랬는지는 모르겠다. 중학교는 더 심했다. 뺨 맞는 건 물론이고 돈도 뺏기고 말이다. 고등학교는 좀 괜찮았는데 그래도 선후배 위계질서는 뚜렸했다. 군대는 말할 것도 없다. 그야말로 지옥이다. 대학교때도 위계질서가 엄청 심했다. 예쁘장한 동기와 내가 친하다는 이유로 폭행까지 당했으니 말이다. 회사도 마찬가지다. 선배들이 군기 잡는답시고 훈계하는 일도 비일비재하다. 이렇게 보면 대한민국에서는 선배 놀이는 하나의 문화와 관습으로 보는 게 맞는 거 같기도 하다.


 근데 이 선배 놀이라는 게 장기적으로 볼 필요가 있다. 선배라는 게 그 특정 집단에서 먼저 들어온 사람이다. 어릴 때는 [나이=선배] 였지만 대학교때는 [학번=선배]가 되기 시작하고, 회사에서는 [직급=선배]가 되어버리는 역전 현상이 발생하곤 한다. 어릴 때 찌질하게 공부만 하던 모범생이 성인이 되어 CEO가 되어 있을 수도 있다. 모범생을 괴롭히던 선배 혹은 친구들은 취업이 안되서 모범생 친구를 부러워 하는 경우도 충분히 발생한다. 군대만 보더라도 나보다 나이 어린 생퀴가 나를 갈군다. 먼저 들어왔다는 이유로 말이다. 그 어린 생퀴가 내 후배라면?

 

 선배 놀이는 그저 그 특정 그룹 안에서만 적용된다. 그 그룹에서 벗어났을 때도 내가 또 상대방의 선배가 되리라는 법은 없다. 능력이 없으면 내가 평생 후배로 살아야 할 수도 있다. 그래서 선배 놀이는 장기적으로 보면 그닥 좋지 않다. 놀이가 아니라 선배로서 도움을 주고 시행착오를 덜 겪게 안내해 주며 좋은 관계를 맺을 때 훗날 더 좋은 인연으로 만날 수 있을 것이다.


 실제로 내 주변에는 선배랍시고 허세부리고 대접받으려고 했던 사람들이 사회에서 그리 잘된 것 같지는 않다. 물론 사람 일이라는 게 한치 앞을 볼 수가 없다. 전교 1등 하던 친구가 대입에 실패하는 경우도 있고, 찌질하게 있던 내 친구가 잘나가는 벤처 사업가가 될 수도 있다. 내가 잘 챙겨주던 후배가 내 상사가 될 수도 있고, 내가 괴롭히던 후배가 결혼할 여자의 오빠일 수도 있다. 어찌 알겠는가? 그러니 선배 놀이를 넘어 모든 인간 관계에서 인생을 장기적으로 보고 나와 연를 맺는 모든 사람과 좋은 관계를 맺을 필요가 있다. 같잖은 선배 놀이는 없어져야 할 문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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