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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내와 "킬러의 보디가드"라는 영화를 봤다. 데드풀의 라이언 레이놀즈와 킹스맨의 사무엘 잭슨이 나와서 그런지 데드풀과 킹스맨을 섞어 놓은 듯한 느낌을 받았다. 겁나게 재밌다는 말이다. 아내와 깔깔 거리며 영화를 보다가 막판에 대사 하나가 마음에 와닿았다. 

인생은 계획대로 되지 않아, 그냥 일어나는 거라고

 사무엘 잭슨이 라이언 레이놀즈에게 하는 말이다. 극중 라이언 레이놀즈는 철두철미하고 실수 없는 완벽한 계획으로 살던 사람이다. 그래서 연애든 일이든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완벽하게 해내왔다. 과거에 딱 한 번 한 치의 오차가 생겨서 나락으로 떨어졌지만 여전히 계획에 집착한다. 사랑에 있어서도 이성적이고 합리적으로 계획하려 하지만 제대로 돌아가지 않는다. 이런 바보같은 모습을 보고는 사무엘 잭슨이 저런 대사를 친거다.

 과거에서부터 생각해보면 중세, 근대, 현대로 오면서 이성과 과학이 급 부상하면서 논리와 객관, 합리라는 키워드가 중요해졌다. 뭐 현실을 살아가는데 꽤나 좋은 도구들이다. 근데 사무엘 잭슨의 말처럼 인생은 이렇게 논리적으로 움직이는 것 같진 않다. 사람의 마음이나 인생은 논리나 이성, 계획으로만 해석하기에는 너무나 변수가 많아서 다분히 비이성적이고 비논리적이다. 매일 가던 길인데 건물에서 화분이 떨어질 수도 있고, 매운 것만 먹던 여자친구가 갑자기 매운 걸 싫어할 수도 있다. 뭔가 왜 그렇게 됐는지 알 수 없고, 황당하다. 그게 인생이다.

 짤방으로 돌아다니던 글 중에 아들과 아빠가 나누는 대화가 있다.

아들 : 아버지, 저 결혼하고 싶어요.
아빠 : 먼저 미안하다고 말하거라.
아들 : 뭐 때문에요?
아빠 : 미안하다고 말해
아들 : 아 왜요? 제가 뭘 잘못했는데요?...
아빠 : 일단 미안하다고 하라니까

아들 : 그러니까 제가 뭘 잘못했냐니까요?
아빠 : 먼저 미안하다고 말해

아들 : 아 왜요?
아빠 : 먼저 미안하다고 말해봐

아들 : 제발 이유를 먼저 말해주세요
아빠 : 미안하다고 하라니까
아들 : 알았어요. 미안해요!
아빠 : 자 이제 됐다. 훈련을 마치마.  
아무 이유가 없어도 미안하다고 말 할 수 있다면, 이제 너는 결혼할 준비가 된 거란다.

결혼이 이렇다는데 결혼 생활을 계획하고 이성적으로 판단하려 한다면 결혼 생활은 지옥이 될 수도 있다. 인생은 계획대로 되지 않는다. 모든 일은 그냥 일어난다. 그러니깐 그때그때 그저 일어나는 일을 즐기고 즐겁게 살아야 한다.

나를 만나기 전 보다
나를 만나고 난 후에
당신의 삶이 더 좋아지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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