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고/블랙 에세이
미칠 것 같아
미칠 것 같아
2018.01.08미칠 것 같아아버지한테 연락이 왔다. 손녀 딸 보러 큰 형네 같이 가자고 말이다.만나서 아파트로 올라가는 엘레베이터에서아버지가 설레 하시며 말을 꺼내셨다.내 친구는 손주가 보고 싶어서 미칠 것 같대.그래서 손주 보러 아들 집에 매일 간대.그 말을 듣고는 내가 한 마디 했다.시아버지가 손주 보고싶어 미쳐서아들 집에 매일가면 며느리가 미치지.
군대
군대
2018.01.04군대군대는 어쩔 수 없이 혹은 꼭 가야하는 걸로 생각해 왔다.태국을 여행하다가 가이드에게 놀라운 이야기를 들었다.태국은 제비뽑기를 통해 군대 입대를 결정한다는 사실을..역시 '원래'라는 건 없구나. 그간 군대에 대해 너무 갇힌 생각을 해왔던 것 같다. 태국에서는자원 입대를 하면 6개월 군생활을 하게 되고,재수없게(?) 걸리면 2년 군생활을 해야 한다고 한다. 사람마다 선택의 이유가 다르겠으나나라면 자원 입대해서 6개월만 다니겠다고 생각했다. 근데 가이드에게 또 놀라운 이야기를 들었다.재수없게(?) 걸려도 군대에 안간다는 것이다. 태국에는 트렌스젠더와 가슴 확대수술만 한 남자 등이 많아서정상적으로 입대가 안되다보니, 제비뽑기는 형식적인 이벤트로 진행된다는 말을.. 뭔가 당한 느낌이다.마치 오버워치에서 핵 ..
맛집
맛집
2017.12.30맛집새로운 맛집 정보를 들어서 먹방 욕구가 생길 때, 다이어터들에게 전해지는 조언이 있다."네가 이미 먹어본 그 맛일 뿐이다" 태국 여행 중에 세계 팟타이 1위로 선정된 가게를 갔다.무려 50분을 기다려서 들어갔다.'뭐 팟타이가 다 거기서 거기겠지'라는 불신을 가지며'내가 이미 먹어본 그 맛이겠지' 라는 생각으로 한 입 먹었다. "세상에는 내가 모르는 맛도 있다"
술.1
술.1
2017.12.29술.1 장인어른 장모님께서 아파트 같은 동으로 이사오셨다. 저녁 8시 쯔음 장인어른이 잠깐 내려오라고 전화를 주셨다. 그러고선 집에 술 있냐고 물어보시길래 소주 한 병 있다고 하니 갖고 오라고 하신다. 친구가 추천해 준 대장부라는 소주 한 병을 들고 내려갔다. 소주를 보신 아버님이 이건 뭐냐고 물으시길래 친구가 추천해 준 증류식 소주인데 도수는 높지만 독한 맛이 안나서 괜찮은 술 같다고 말씀 드렸다. 그리고 나서 소주는 냉장고로 들어가고 우리는 맥주를 마셨다. 역시 사위 건강 챙기는 분은 장인어른밖에 없다.
아내
아내
2017.12.26아내가끔 아내를 생각하면 신기하다. 내가 이 사람을 어떻게 만나게 된거지?아니 언제 내 옆에 누군가 항상 함께 있게 된거지?이런 생각을 하다보면내가 결혼을 했다는 게 아직도 믿기지 않는다.이게 다 아내한테 익숙해지지 않아서다.익숙해지지 않는게 좋은 것 같다.당연하지 않은 것에 익숙해지면시건방을 떨게되기 때문이다. 엄마, 아빠한테 용돈 달라고 짜증내고,애인한테 올해는 왜 선물 안주냐고 짜증내고,친구한테 연설문 왜 안써주냐고 짜증내고........글쓰고 있는데 빨리 분리수거하라고 아내가 짜증낸다.
인문학
인문학
2017.12.18인문학'인문학을 모르면 인생을 논하지 말라'는 말이 있다.그런데 인문학 전문가(?)라는 사람들 중에는인생을 X똥으로 사는 사람도 있는 것 같다. 사실 뭐 인생을 논하는데인문학 말고도 필요한 건 많지 않나? 우리 장인어른은 인생을 사는데경영학은 꼭 배워야 한다고 하시던데..
그 사람의 역사
그 사람의 역사
2017.12.10그 사람의 역사친구들과 송년회 자리에서 해외 출장 이야기가 나왔다.한 친구가 ㅇㅇ나라 사람들은 정말 책임감 없어서 절대 기대하면 안된다며 혀를 내둘렀다.그리고는 이런 얘기를 덧붙였다."왜 그런 줄 알아? 이 나라가 옛날에는 잘못하면 개인에게 책임을 물어서 그냥 죽여버렸거든"듣고 보니 그 나라 사람들의 특징이 이해가 갔다. 그래도 선택할 수 있다면 같이 일하진 않겠다.이해하는 것과 좋아하는 건 별개니까.
정신 질환
정신 질환
2017.12.09심리 상담을 공부하다보면사람의 상태는 동전의 양면과 같다는 얘기를 하곤 한다. 계획적이고, 객관적이고,심사숙고하며 현실적인 사람은비판적이고, 불안하며,우울하고 염세적인 사람일 수도 있다. 자발적이고, 창의적이며상상력이 풍부한, 확장적 사고를 하는 사람은기괴하고, 불합리하고혼란스럽고 독특한 사람일 수도 있다. 근데 이게 실제론 동전의 양면처럼딱 떨어지진 않는 것 같다. 마치 경계선이 모호한 무지개와 같달까? 정신 건강자와 정신 질환자는 진짜 종이 한 끝 차이다.
셔틀버스
셔틀버스
2017.12.06셔틀버스마지막 셔틀버스가 8시에 출발한다. 오줌보가 차서 화장실에 들렸다 나가니 7시 59분이다. 후다닥 달려가는데 버스의 문이 닫이고 막 출발하기 시작한다. 나는 운전 기사님께 손을 흔들며 버스를 세우고는 겨우 막차를 탔다. 가뿐 숨을 몰아쉬며 앞자리에 털썩 앉았는데 뭔가 이상하다. 버스가 가는 방향이 낯설다. 버스를 잘못 탔다. 뒤에 차를 탔어야 하는데 집과 완전 반대 방향이다.화가 솟구친다. 오버워치 경쟁전을 하는데 우리팀 1명이 갑자기 탈주했을 때 감정이다.이미 고속도로에 진입해서 내릴 수도 없다. 조급함을 탓 해야 하나 나의 오줌보를 탓 해야 하나 고민이다.아니다. 고민할 필요가 없다. 오줌보는 냄새나는 오줌을 담는 헌신이라도 했는데 조급함은 나한테 해준게 뭐냐?
취업 준비
취업 준비
2017.12.04취업 준비인턴 중인 학생이 본격적으로 취업 준비를 하겠다며조기 퇴사를 신청했다. 궁금해졌다.혹시 취업 준비라는게면접 스터디나 자소서 스터디일까? 문득 유병재가 한 말이 떠올랐다개객끼들아! 경력직만 뽑으면 신입은 언제 경력 쌓냐! 내 생각엔 인턴 경험하면서 자기 업무 정리하는 게최고의 취업 준비 같은데.
교육열
교육열
2017.12.03교육열 학교 선생님의 고충을 들었다. A급 학생들 위주로 가르치면C급 학생들 부모들이 뭐라 한댄다.왜 이렇게 어려운 것부터 가르치냐고. C급 학생들 위주로 가르치면A급 학생들 부모들이 뭐라 한댄다.이러니 학교에서 배울 게 없다고. 그래서 B급으로 가르쳤더니A급 C급 학생 부모 모두에게 싫은 소리 들었댄다. 이건 뭐,말 하면 말대꾸 한다고 뭐라하고말 안하면 씹는거냐고 뭐라하는 왈왈.
개구리가 되고 싶다
개구리가 되고 싶다
2017.11.01살다보면 '개구리 올챙이일 적 생각 못한다'라는 속담이 쓰일 일을 많이 보고, 경험하게 된다. 취업을 못하고 있던 학생을 자신의 팀으로 입사시켰더니 자기 뒷통수를 치고, 다른 곳으로 가버리는 경우도 있고, A라는 업무만 맡기로 약속하고 채용한 사람인데 A+업무를 하고 싶다고 요구하는 사람도 있다. 관계의 영역에서는 어떨까? 나보다 아래(?) 있다고 생각했던 사람이 나를 넘어서려 하거나, 나와 경쟁관계에 있는 다른 사람에게로 가는 경우가 있겠다. 자기가 먼저 고백해 놓고 헤어지자고 하는 경우도 있다. 이런 경우에 대해 개구리 올챙이일 적 생각 못한다고 비난할 수 있을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상도덕, 예의 측면에서 문제가 되는 경우도 있겠다. 뭐, 그런 경우엔 비난할 수도 있을 것 같다. 하지만 어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