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고/블랙 에세이
지금 이 순간조차 추억이다.
지금 이 순간조차 추억이다.
2017.10.12문득 추억이란 단어가 떠올랐다. 현재와 다른 과거의 기억 말이다. 생각해보니 과거의 추억은 현재와 많이 다르다는 걸 깨닫는다. 현재와 많이 다르다... 이 말을 곰곰이 곱씹어 봤다. 지나고 보니 과거는 대부분 현재와 많이 달랐다. 물론 변하지 않는 것들도 있다. 어릴적 친한 친구라던지 부모님? 근데 그조차 2년전에 친한 친구가 암으로 죽는 바람에 그것조차 추억이 됐다. 어쨌든 생각해보니 지금이라는 현재도 빠르게 진행 중이고, 변해가고 있는 중이다. 지금 생각으론 이 상태가 계속 유지될 것 같고, 지금의 친한 친구가 계속 친할 것 같다. 지금 사는 집이 너무 익숙해서 현재가 그렇게 변할 것 같지 않다. 부모님도 너무 익숙해서 추억이라고 할 수도 없다. 근데 이게 다 착각인 것 같다. 내가 지금 친한 친구와..
선배 놀이
선배 놀이
2017.10.10문득 선배 놀이라는 말이 떠올랐다. 외국에서 살아보지 않아서 모르겠는데 한국에서는 초등학교때부터 선배들에게 기가 죽곤 했다. 나만 그랬는지는 모르겠다. 중학교는 더 심했다. 뺨 맞는 건 물론이고 돈도 뺏기고 말이다. 고등학교는 좀 괜찮았는데 그래도 선후배 위계질서는 뚜렸했다. 군대는 말할 것도 없다. 그야말로 지옥이다. 대학교때도 위계질서가 엄청 심했다. 예쁘장한 동기와 내가 친하다는 이유로 폭행까지 당했으니 말이다. 회사도 마찬가지다. 선배들이 군기 잡는답시고 훈계하는 일도 비일비재하다. 이렇게 보면 대한민국에서는 선배 놀이는 하나의 문화와 관습으로 보는 게 맞는 거 같기도 하다. 근데 이 선배 놀이라는 게 장기적으로 볼 필요가 있다. 선배라는 게 그 특정 집단에서 먼저 들어온 사람이다. 어릴 때는 [..
심리 상담가들은 착하다?
심리 상담가들은 착하다?
2017.09.19살다보니 깨지는 고정관념이 몇 개 있다. 그 중에 하나가 '어른은 아이보다 낫다'라는 고정관념이다. 예전에 문화센터에 다니시는 어머니가 문화센터 아줌마들 이야기를 해주신 적이 있다. 좀 어리숙하고 수더분한 아줌마가 1명 있는데 다른 아줌마들이 왕따를 시킨다는 거였다. 왕따를 당한 아줌마는 펑펑 울었다고 한다. 50~60대 아줌마들 사이에서 왕따라니... 허허.. 그 뿐만이 아니라 대장 아줌마를 중심으로 패거리가 있고, 거기에 끼지 못하면 굉장히 눈치보이고 다니기 어렵다고 말을 해주셨다. 이 얘기를 들으니 어른들의 세계도 아이들의 세계랑 별반 다르지 않구나 싶었다. 뭐 아이들 뿐만 아니라 직장 내 왕따도 있다고 하고 폭언도 심심찮게 일어나고 있으니 세대를 아우러 왕따와 대장놀이, 패거리 문화는 없어지지 않..
아오! 축가 더럽게 못부르네
아오! 축가 더럽게 못부르네
2017.09.09멀리 원주까지 아내의 지인 결혼식에 참석할 일이 있었다. 프로포폴 맞은 듯 숙면을 취하며 몇시간 버스를 타고 도착한 곳은 야외 결혼식장 이었다. 쫙 깔린 넓은 잔디와 푸른 나무로 이루어진 광경은 매우 멋스러웠다. 파아란 하늘에 하얀 구름 소스를 투척한 날씨까지 환상이었으니 여기서 결혼할 커플은 운이 기가 막히게 좋은 듯 했다. 이렇게 완전 외곽에서 진행하는 야외 결혼식은 처음 와 봤는데 꽤 좋았다. 가는 게 번거롭고 힘들어서 그렇지 숲 속을 산책하는 듯 힐링도 되었기 때문이다. 아빠 미소를 지으며 젊은이(?)들의 결혼식을 지켜봤다. 축가가 시작됐다. 신랑 친구가 부르기로 했는지 말끔히 준수하게 생긴 청년이 마이크를 잡았다. 이게 왠걸? 첫 소절부터 음을 못맞추고 박자가 어긋나서 관객들이 웃기 시작했다. ..
삶은 논리만으로 돌아가지 않는다.
삶은 논리만으로 돌아가지 않는다.
2017.09.07열심히 살면 보상을 받는다? 논리적으로 설득하면 내가 이길 수 있다? 회사에서 가장 합리적인 기획서를 내면 인정받는다? 뭐, 이런 종류의 논리적인 기대가 있었다. 근데 삶이 그렇게 단순하지가 않다. 예를 들어 점심 시간 무렵, 팀에서 단체로 햄버거를 배달시키기로 했다. 신입 사원인 당신은 오늘 50%할인을 하는 버거킹에서 햄버거를 주문하려 한다. 최근 맥도날도 패티에 문제도 있다하고, 일반적으로 회사 사람들과 이야기해 봤을 때 롯데리아는 많은 사람들이 선호하지 않아서 버거킹이 가성비와 맛을 고려했을 때 최선의 선택이다. 그래서 대리에게 버거킹을 주문하겠다고 질문을 한다. 그러자 대리는 "햄버거는 맥도날드지!" 하면서 맥도날드로 주문하라고 한다. 당신은 대리에게 현재 버거킹이 50%할인을 하고 있고, 최근..
인생은 계획대로 되지 않는다(영화:킬러의 보디가드)
인생은 계획대로 되지 않는다(영화:킬러의 보디가드)
2017.09.04아내와 "킬러의 보디가드"라는 영화를 봤다. 데드풀의 라이언 레이놀즈와 킹스맨의 사무엘 잭슨이 나와서 그런지 데드풀과 킹스맨을 섞어 놓은 듯한 느낌을 받았다. 겁나게 재밌다는 말이다. 아내와 깔깔 거리며 영화를 보다가 막판에 대사 하나가 마음에 와닿았다. 인생은 계획대로 되지 않아, 그냥 일어나는 거라고 사무엘 잭슨이 라이언 레이놀즈에게 하는 말이다. 극중 라이언 레이놀즈는 철두철미하고 실수 없는 완벽한 계획으로 살던 사람이다. 그래서 연애든 일이든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완벽하게 해내왔다. 과거에 딱 한 번 한 치의 오차가 생겨서 나락으로 떨어졌지만 여전히 계획에 집착한다. 사랑에 있어서도 이성적이고 합리적으로 계획하려 하지만 제대로 돌아가지 않는다. 이런 바보같은 모습을 보고는 사무엘 잭슨이 저런 대사..
어르신도 마음은 서툴다
어르신도 마음은 서툴다
2017.09.03어르신이 눈물을 훔치셨다. 어렸을 적 돌아가신 어머니와 새 어머니에 대한 이야기를 하시면서 말이다. 그 모습을 보던 다른 분들도 눈물을 보이셨고, 나도 눈시울이 붉어졌다. 상담을 공부하다보면 집단 상담 비슷한 장면을 종종 목격하게 된다. 대부분 눈시울이 붉어지는 장면이 발생하곤 한다. 어제도 어르신이 눈물을 흘리시는 장면을 보게 됐는데 문득 두가지 생각이 들었다. 첫 번째는 "나이가 많고 적고를 떠나서 해결되지 않은 마음의 응어리는 다 갖고 있구나", "그 마음의 응어리는 어렸을 적에 생겼는데도 60이 넘어서도 갖고 있구나", "어르신들도 다 같은 사람이구나" 라는 거였고 두 번째는 "나이가 많고 적고를 떠나서 내 마음 속 깊숙히 숨겨 놓은 나의 마음을 타인에게 털어놓는 일이 일상에서는 없구나", "상담..
걸어가는 퇴근 길
걸어가는 퇴근 길
2017.08.30얼마 전 종합건강검진 결과를 받았다. 사회 생활하면서 고기 위주 섭취와 적은 활동량 때문인지 결과가 썩 좋지 않았다. 그래서 일단 식단을 바꾸고 걷는 시간을 늘리기로 했다. 우선 모든 식단을 샐러드 위주로 바꿨다. (쉽지 않은 결정이었다...치느님..고기느님..)그리고 점심 시간에 30분 정도 산책을 하고, 퇴근 시간에는 적당한 곳에서 먼저 내려서 집까지 걸어가기로 했다. 어제 처음으로 집까지 걸어 왔는데 무려 40분 정도 걸렸다. 발바닥도 많이 아팠다. 격렬한 축구 한 판을 한 그런 고통이었다. 오늘도 걷고 또 걸었다. 오늘도 집까지 걸어오는 시간이 40분 정도가 걸렸는데 이상하게 발바닥은 그리 아프지 않았다. 무슨 차이 였을까? 어제는 집까지 가야한다는 매우 강력한 목표가 있었다. 그리고 빨리 가서 ..
짜증이 올라올 때
짜증이 올라올 때
2017.08.27아내와 함께 어딘가(?)로 가기 위해 지하철을 탔다. 노약자석 근처에 서있다가 내릴 때가 되서 내리려고 하는데 입구가 약간 혼잡해졌다. 뭔가 보니 출입구 쪽 노약자석에 앉으신 어르신이 본인의 백팩과 짐 꾸러미를 입구 쪽에 떡하니 둔게 아닌가? 그래서 입구가 1/3정도 막혀 있던 거였다. 근데 그 아저씨는 되게 당당해 보인다. 아놔~ 순간 짜증이 슬쩍 올라왔다. '뭐여.. 생각이 없나.. 입구에 왜 짐을 저따구로 놨어. 사람들 불편하게..' 그러다가 짜증이 올라왔다는 걸 깨닫고는.. '아.. 짜증이 올라왔군..'하고 마음을 가다듬으며 개찰구를 지나가려 했다. 근데 앞서가던 또 다른 아저씨가 개찰구 앞에서 갑자기 들고 있던 짐을 떡 놓더니, 지갑을 뒤적뒤적 찾으시는 게 아닌가? 아저씩 덕분(?)에 개찰구에서..
최면이 뭘까?(Feat. 쇼미더머니6 행주의 속마음)
최면이 뭘까?(Feat. 쇼미더머니6 행주의 속마음)
2017.08.26즐겨보는 TV프로그램 중 하나인 쇼미더머니6에서 내 관심을 끄는 장면이 하나 나왔다. 바로 행주의 최면 체험이었다. 최면 컨셉의 랩을 하기 위해 직접 최면을 체험해 보는 과정이었는데 흥미로웠다. 왜냐하면 내가 최면을 배우고 나서 최면을 바라보는 관점이 바꼈기 때문이다. 뭐, 나도 그랬지만 최면에 대한 대중들이 오해는 크고, 특히나 미디어에서는 자극적으로 편집해서 내보내다보니 마술 혹은 무서운 무언가로 비춰지는 건 어쩔 수 없는 것 같다. 편집한 상태의 내용을 보면 행주가 정신을 잃고 과거로 돌아가서 자신도 모르게 이야기 하는 것처럼 보일지도 모른다. 물론 나도 과거에 이런 장면을 보면 정신을 잃었나 보다? '와~ 저렇게 다른 세계에 있는 게 최면이구나!' 라고 생각하곤 했다. 근데 행주는 아주 똘망똘망 ..
자존감이 뭐라고
자존감이 뭐라고
2017.08.24알아차림 세션을 들으러 왔던 취업 준비생분이 자존감 이야기를 꺼낸 적이 있다. 계속되는 불합격으로 자존감이 많이 떨어졌다는 내용이었다. 하긴 뭔가 계속해서 뜻대로 되지 않으면 속상해서 자신감이 떨어지기 마련이다. 비슷하게 얼마 전에는 아르바이트생이 진로 관련 고민을 털어 놓는 과정에서 어떤 기업에 지원했다는 것을 말했는데 그걸 들은 한 분이 취업 때문에 고민이 그렇게 많으면서 왜 선배들한테 자기소개서 쓰는 법이나 어떻게 면접을 준비해야 하는지 물어보지 않았냐고 핀잔을 줬다. 울그락불그락 당황한 아르바이트생은 이렇게 대답했다. "아니, 그건 어차피 떨어질 거 알고 그냥 쓴 거라..." 아니, 도대체 떨어질 걸 생각하며 왜 지원을 한 걸까? 그 아르바이트생을 불렀다. 그리고 이런 저런 이야기를 묻고 들어보았..
내가 원하는 것을 아는 것
내가 원하는 것을 아는 것
2017.08.19앞으로 어떻게 살 것인지에 대한 주제와 진로에 대한 주제로 상담을 하다보면 자신에 대해 잘 알지 못해서 찾아보시는 분들이 많다. 물론 나에 대해 알기란 쉽지 않다. 그리고 나라는 존재는 시간이 지나고 새로운 경험을 함에 따라 계속해서 변하는 존재이기에 주기적으로 나를 알아가는 시간을 가질 필요도 있다. 언젠가 취업준비생과 어떤 가치로, 어떤 기준으로 살고 싶은지, 나의 강점과 약점은 무엇인지 등에 대해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다. 결국 내가 어떨 때 행복하고, 동기가 부여되는지에 대한 이야기다. 처음에는 막막하였다가 차츰 자신의 인생을 정리해 가면서 대략적인 나에 대해 인식을 하게 되곤 하는데, 종종 그 작은 기준 조차 찾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아무리 생각해도 내가 끌리거나 행복하다고 자신있게 얘기할 만..